[기자수첩]네탓 공방 안된다
나라 전체가 정치자금 문제로 또다시 시끄럽다. 정치권은 비자금을 놓고 이전투구식 공방을 펼치고 있고, 돈을 준 기업인들은 검찰 수사의 칼날앞에 잔뜩 몸을 낮추고 있다.국민들 또한 반복되는 비자금 소식에 역겨움을 느끼는지 아예 말문을 열지 않는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하루 살기도 힘든데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냐는 식이다.
그럼에도 비자금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판사판이니 끝장은 보자는 것인가.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면 마치 벼랑끝을 향해 달리는 형국이다.
검찰 수사도 그 강도가 더해가고 있다. 검찰의 수사의지는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의 검찰 방문에서도 잘 드러난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재계 수장 역할을 대행하고 있는 현 부회장이 검찰에 모습을 드러낸 것 자체가 분위기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전경련의 자정결의도 통하지 않는 형국인 것이다.
지금은 정치권과 재계가 `네탓' 공방을 할 때가 아니다. 비자금 문제의 원인 제공자인 정치권도 본질을 비껴나가기 보다는 근원적인 해결책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섣부른 정치적 타협은 언제 다시 발화할 비자금의 잔불을 끌 수 없다.
재계는 근본적인 책임은 없으니 '일괄사면-향후 범법 엄벌'로 매듭짓고 이제는 기업하지 좋은 나라 만들기와 경제살리기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적 공감을 얻기엔 부족해 보인다. 정치권이 주범이고 우리는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은 더이상 설득력이 없다. 기업인들이 외국에서는 존경받는 것과는 달리 국내에서 매도되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재계가 정치비자금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제도등을 탓한다면 정치권과 더불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게 뻔하다. 재계의 자정의지가 어떻게 실천되는 지 주시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