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벤처, 죽어야 산다"

[머투초대석]"벤처, 죽어야 산다"

김현지 기자
2004.03.22 07:17

[머투초대석]"벤처, 죽어야 산다"

뜨겁던 벤처열풍과 코스닥의 봄. 1999년 수많은 벤처창업가와 투자자들을 희망에 부풀게 했던 그 추억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벤처거품이 꺼지고 난 뒤의 불황은 아직도 골이 깊다. 벤처기업 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 줄고 있다. 지난 2001년말 1만1392개로 정점을 이룬 벤처기업 수는 이제 7000여개에 불과하다.

좋을 때는 더 좋게, 안좋을 때는 더 안좋게 미래를 보는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지금 벤처의 밤은 매우 깊게 느껴진다.

그러나 장흥순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벤처업계가 다시 도약할 때를 맞고 있다고 믿고 있다. 좀더 탄탄한 성장을 위한 `수업료'도 치를만큼 치렀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올해가 벤처산업 재도약을 위한 원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기술집약형 벤처기업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협회가 파악하고 있는 벤처기업 최근 동향은 어떻습니까.

▶기술집약형 벤처기업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벤처가 죽어야 벤처가 산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꿈을 가지고 창업하고, 확대재생산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합니다. 과거 벤처게이트 사건으로 벤처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된 이후로 우리는 그 창업의 꿈마저 접고 있습니다.

벤처가 실패하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고, 퇴로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따라서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기업인수합병(M&A)가 이뤄져야 합니다. 코스닥기업 CEO의 45%가 이공계 출신입니다. 벤처창업과 기업공개가 자연스럽게 엮어지는 문화가 조성되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도 사라질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과거처럼 무턱대고 '대박'을 꿈을 좇아 창업하는게 아니라, 철저하게 준비후 창업해야 합니다. 공학도 출신이라고 경영이나 마케팅을 소홀히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선배들의 실패를 거울삼아 준비된 벤처기업가들이 줄을 잇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들이 기술혁명 시대를 이끌고 '코리아 드림'을 열어갈 주인공들입니다.

-'코리아 드림'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제2의웹젠,NHN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벤처문화'를 이해하고 육성할 수 있는 코스닥 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는 9월에 증권거래소와 코스닥 등 현물시장과 선물거래소를 통합한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체제가 출범합니다. 그러나 통합체제는 자칫 옥상옥이 될 위험도 있습니다. 코스닥이 독립체제였을 때는 인사나 의사결정 등이 자유로왔지만 통합체제에서는 힘들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시장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운용시스템의 통합화를 이뤄야 합니다. 홀딩컴퍼니(지주회사)체제 도입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돼야 창업과 벤처투자 붐이 선순환 고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거래소의 1/10밖에 안되는 코스닥이 무너지면 벤처 또한 그 기능을 잃어버립니다. 때문에 벤처문화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코스닥 시장정책 수립이 매우 중요한 시점입니다.

-코스닥 시장은 진입 강화-퇴출 확대에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퇴출강화는 시장건전성 차원에서 찬성이지만 지나치면 역동성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진입장벽을 지나치게 높여놓으면 시장으로서의 기능이 퇴색됩니다. 현재는 진입장벽은 높아만 가는데 퇴출은 거의 안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진입과 퇴출 모두가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코스닥 기업의 M&A여건이 완화돼야 합니다. 물론 M&A여건이 완화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걸 두려워해서 무조건 규제일변도로만 간다면 시장은 절대 신뢰를 회복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코스닥에서 퇴출돼야 할 기업에 대해서는 주주보호 차원에서 한두달전에 '퇴출예고제' 같은 것을 실시하면 될 것입니다. 그런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지 무조건 규제의 벽을 높인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벤처프라이머리 CBO(자산담보부증권) 만기상환이 올해 몰려있습니다. 벤처자금난이 가시지않은 상황에서 연쇄도산까지 우려되는데.

▶올해 만기도래하는 프라이머리CBO 규모는 6000억원 정도입니다. CBO의 원활한 만기청산을 위해서는 기술신보의 만기상환 보증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예산지원이 불가피합니다. 상환불능 기업에 대한 대위변재를 위해서는 약 2400억원 정도의 정부 출연금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 일부 상환과 함께 만기연장이 필요한 기업에 대한 보증은 일반보증으로 전환해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벤처투자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벤처캐피탈협회 조사에 의하면, 올해 벤처투자 규모는 전년대비 125% 늘어난 8818억원 정도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2001년 9993억원에는 못미치지만 투자심리는 다소 회복되는 것같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성은 존재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코스닥 시장 육성과 벤처기업의 질적 성장이 촉진돼야 하고, 정부가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정책을 실행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벤처기업 수출판로 개척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을 펴보일 생각입니까.

▶협회는 몇년전부터 한민족글로벌벤처네트워크(INKE)라는 조직을 통해 벤처기업들의 수출을 지원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KOTRA에서 중소벤처 수출을 지원하고 있지만 전문인력 부족으로 실질적인 지원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가 중소벤처 수출지원을 위해 해줘야 할 역할은 우리기업의 정보를 해외에 알리고 수출 교두보를 마련해주고, 마케팅 활동을 현실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수출인프라를 구축하는게 정부의 몫입니다.

-올해 협회의 주력사업은.

▶소득 2만달러 시대를 가기 위해서는 기술로 가치를 창출해야만 합니다. 전제돼야 할 것인 '뉴벤처 뉴코스닥(New Venture, New Kosdaq)'입니다. 서구사회처럼 우리도 벤처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아야 합니다. 협회는 벤처문화를 새롭게 정립하는데 사업초점을 맞춰갈 계획입니다. 아울러 벤처기업의 수출을 본격 지원하기 위해 정부에 건의하는 것 외에도 전세계 지역에 산재해있는 INKE조직과 함께 'IT종합상사'를 구축할 것입니다. 또 기술력만 있고 신용도가 없는 벤처를 위해 기술담보대출이 시스템적으로 가능하도록 끝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대담] 김영권 정보통신부장

[사진] 박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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