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소재산업은 국부 창출의 뿌리

[CEO칼럼]소재산업은 국부 창출의 뿌리

이성민 엠텍비젼 사장
2004.03.29 13:11

[CEO칼럼]소재산업은 국부 창출의 뿌리

소재(素材)란 한 나라의 산업활동에서 ‘어떤 것을 만드는 데 바탕이 되는 재료’다. 제조를 기반으로 수출을 통해 국부를 얻는 우리나라의 경우 부품 및 소재 산업은 산업 및 경제의 기반이 된다.

지난 해 우리나라는 19.3%라는 높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내수시장 경직 현상이 아직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원자재와 설비투자의 해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국내 부품, 설비산업을 위축시켜 수출 호조 속에 내수부진이 심화되는 이른바 경기 양극화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기업 맥켄지의 일본지사 회장을 역임했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지난 1999년 일본의 모 시사주간지 기고를 통해 한국경제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혀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요지는 한국의 대미(對美)수출과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이 비례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즉 한국이 부품과 공작기계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기 때문에 한국이 생산한 완제품의 해외수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일본의 대한 수출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한국경제를 가리켜 부품산업이 취약해 ‘부가가치가 유출되는(pass through) 경제’로 본 것이다.

한국의 부품소재 의존도는 제법 심각하다. 100억달러 수준에 달하던 부품소재 분야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지난해 13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02년 산업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카메라폰, 칼라LCD등 첨단제품의 부품 및 소재에 대한 수입의존도는 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수출상품의 핵심부품과 소재를 주로 일본에 의존한 결과다.

기업의 영세성도 불리한 조건이다. 최근 정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부품·소재 기업 중 종업원 50명 이하인 업체 비중은 89.5%에 이른다. 분야별로는 기계 93.7%, 자동차 89.7%, 전자 78.9% 등이다. 전문화된 중견 부품기업의 부재로 장기적인 R&D 투자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 특정 대기업과의 높은 단독거래 비율도 R&D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국내 자동차부품업체의 경우 모기업 단독거래 비율이 58.3%에 달한다. 일본의 16.8%과 비교하면 현저히 높은 수치다. R&D 역량이 낮다보니 노동생산성 저하는 당연한 결과다. 또 낮아진 노동 생산성은 기업수지를 악화시켜 R&D 투자여력을 옥죄게 된다.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는 셈이다.

부품소재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최근 우리경제의 문제점으로 드러난 경기 양극화 현상과 심각한 대일(對日) 무역역조현상을 극복하는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와 업계가 최근 부품소재산업 육성에 관심을 갖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정통부는 오는 2007년까지 3320억원을 투입 ▲ 고화질 이미지 센서 등 수입의존도가 높은 시장수요 부품 6개 품목 ▲ 지상파 DMB 단말용 SoC 등 차세대 성장동력 부품 11개 품목 ▲ 차세대이동통신 단말용 RE MEMS 개발 등 미래원천기술을 선도하는 부품 5개 품목 등 총 22개 품목을 핵심품목으로 선정하고 민관(民官)의 기술개발 역량을 집중한다고 한다.

오랜 기간 국내 부품소재 기업 육성을 지원했던 한국기술투자는 올해 부품소재분야 투자를 확대, 전년대비 65% 늘어난 52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삼성전자는 사출·프레스·금형·전기·기구 등 집중 육성이 필요한 협력회사에 올해부터 5년간 875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완제품 업체들도 국내 부품업체 육성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부품소재 산업은 국내 전자산업 총생산의 42% 비중을 차지하는 하부구조다. 올해 정부와 기업, 벤처캐피털의 부품소재 분야 투자는 핵심부품 국산화 비중을 높이는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의 관점에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부품·소재기업들은 선진 기업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화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여 부품·소재분야의 글로벌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와 `생산'의 동시구현, 인터넷 연관성이 높아진 제조공정 및 제품 개발, 기술 중심의 아이템다각화 등을 혁신전략 전반에 반영하는 전략적 행보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