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은행과 기업 상생의 길
현재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은행과 기업은, 기업 쪽에 비가 올 때 은행이 우산을 빌려 주고, 반대로은행 쪽의 날씨가 무더울 땐 기업이 아이스크림을 줄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나라 은행과 기업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생의 관계가 아니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해 결국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악순환의 관계에 놓여 있다. 기업의 상황이 좋을 땐 서로 거래를 하겠다고 경쟁을 하고, 기업의 사정이 나빠질 땐 서로 먼저 우산을 거둬들이려고 하고 있다. 결국 어려운 기업은 더욱 더 어려워져 도산을 하게 되고, 그것이 은행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을 하게 된다.
이제 은행과 기업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첫째 은행과 기업은 서로에 대한 불신을 없애고 깊은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호간에 믿을 수 있는 정보의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 기업은 투명하고 공정한회계자료를 제공하고, 중요한 영업 기밀사항 및 미래의 사업계획에 대한 정보도 은행에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특히 사업주 개인에 대한 정보를 은행에 여과 없이 제공함으로써 은행이 기업을 잘 이해하고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면에 은행은 기업의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업금융 전문가를 양성하고,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한다. 현재 국내 은행에는 이런 전문가가 많지 않아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못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이 겪고있는 어려움이 일시적 현상인지, 구조적 문제인지를 판단하지 못하고 기업이 조금만 어려워 보여도 대출을 회수할 생각부터 하게 된다. 기업에 비가 올 때 우산을 빌려줄 수 있으려면 은행은 기업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기업은 은행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정보를 미리미리 지속적으로 제공해줘야 한다.
두번째로는 상호간에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기업이 창출하는 이익을 나눠 갖는 주요 이해당사자로는 주주, 종업원, 은행 및 상거래자가 있다. 현재 이들 당사자중 유일하게 은행만 기업이 창출하는 이익규모에 불문하고 대출이자 형태의 고정적인 이익을 나눠 갖고 있다. 기업이 어려울 때 은행이 마음 놓고 도와 주려면 나중에 거기에 상응하는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어야 하므로, 기업이 어려울 땐 은행의 도움을 받되 좋을 때는 나 몰라라 하지 말고 은행에게 적정 이윤을 나눠 줘야 한다.
물론 은행도 기업과 이자를 매개로 한 단순 대출 거래에만 집착하지 말고 다양한 형태의 이해당사자로 참여해 기업이 어려울 때에는 이윤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 주고, 나중에 그 이윤을 공유할 수 있는 거래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세번째로 이미 많은 국내 회사들이 글로벌기업이 되었으나 아직 우리나라엔 글로벌은행이 없다. 그 동안 기업들이 글로벌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중 상당 부분은 은행들이 최우선으로 자금을 지원해 줬고, 국내 소비자가 초기 제품의 열악성에도 불구하고 참고 소비해 준데 기인한다.
이제는 거꾸로 기업이 국내 은행을 도와 글로벌은행을 만들 차례다. 국내 은행의 글로벌 서비스가 취약하기 때문에 외국은행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 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국내 소비자가 경제 발전 초기에 열악한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참아 주었듯이, 국내 기업들이 은행의 글로벌서비스가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참고 써줘야만 글로벌은행이 탄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