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추경편성 '엇박자'

[기자수첩] 추경편성 '엇박자'

박재범 기자
2004.05.20 08:02

[기자수첩] 추경편성 '엇박자'

"추경편성은 정부와 합의한 것"(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추경편성은 5월중 경제상황을 본 뒤에 판단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헌재 경제부총리)

"여러 기관에서 올 하반기 경제회복을 예측하고 있는 지금이 과연 추경을 편성할 시기인지는 숙고할 필요가 있다"(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

추경 편성을 둘러싸고 며칠새 나온 경제책임자들의 제각각 발언이다. 나라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여당, 청와대의 '불협화음'으로 보이기 충분하다.

고유가, 중국의 긴축정책,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내수 침체…. 나라안팎의 악재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사공이 많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비쳐진다.

제각각의 방법론(추경 편성 여부)은 인식의 차에서 비롯된다. 당과 정부는 "내수가 매우 어렵고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는 반면 청와대는 이정우 위원장 말대로 "긴겨울이 다 지나가려는데 난로를 구입하는 게 아닌지"라는 생각이다.

출발부터가 '낙관'과 '비관'의 '비빔밥'이다. 정부 당국자는 "불협화음이 아니라 이제 필요성과 시기 등을 조율하는 과정"이라며 진화에 애쓰지만 경제주체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애를 태운다.

"단기부양책은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거듭된 강조와 "추경 편성이 시급하다"는 열린우리당 사이에서 기업이나 국민들은 헷갈릴 뿐이다. 다시금 정책의 '불확실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참여정부 1기때 제기됐던 '불확실성'이 '모호함'에서 기인했다면 지금은 '어수선함'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추경을 둘러싼 엇박자는 '혼선'을 넘어 '어수선함'의 극치다. 집이 어수선하면 정리하고 청소부터해야 한다. 하루 이틀 미루다보면 더 어수선해지고 미적거리게 된다.

어수선한 것부터 정리하는 게 '개혁의 출발점'이 아닐까. "지금은 선장을 따라야할 때"라는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일성이 벌써 빛을 바래는 것 같아 아쉬움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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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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