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시장이 틀렸다면?

[오늘의 포인트]시장이 틀렸다면?

권성희 기자
2004.07.23 11:47

[오늘의 포인트]시장이 틀렸다면?

외국인과 개인의 선물 매도로 베이시스가 악화되며 출회된 프로그램 매도가 증시를 끌어내리고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떨어지기도 쉽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모습이다. 종합주가지수는 23일 오전 한 때 낙폭을 8포인트 이상으로 확대하며 730 초반까지 내려갔으나 이후 낙폭을 축소, 730~740의 범위내에서 등락하고 있다.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3000억원 초반으로 사상 최저 수준. 매수차익잔고가 3000억원 밑으로 내려간적은 없지만 인덱스펀드에 포함된 현물 주식까지 차익매도돼 매수차익잔고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즉, 프로그램 매물이 더 나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과거를 돌아볼 때 현재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도 압박은 그리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주식을 빌려서까지 대거 매도할 정도로 심리나 펀더멘털이 나쁜 상태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리한 박스권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다. 문제는 이 박스권 이후의 장세다. 펀드매니저들은 무더운 여름, 재미 없는 장세를 지켜보며 매매에서 손을 놓고 있지만 박스권 이후를 고민하느라 마음은 편치 않다.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대표는 "밸류에이션이 비싼 상태라면 팔아놓고서 걱정을 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밸류에이션은 역사상 저점인데 심리가 나빠서 주가가 힘을 못 쓰는 상태기 때문에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약세장이 진전 중인데다 세계 경기가 하강 국면이므로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지만 크게 부정적으로 대응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최 대표는 "720~730에서 여러 번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라며 "지지를 받은 후 오래 횡보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래 기간 조정을 거칠수록 오를 때 상승 탄력은 강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오르기 시작한다면 일주일 사이 100포인트 가량은 거뜬히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것.

최 대표는 또 "경기 사이클이 짧아지고 있기 때문에 세계 경기가 둔화된다 해도 어려운 시기가 오래갈 것 같지 않고 전기전자(IT) 산업도 가격 대붕괴와 같은 비관적인 시나리오대로 전개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현재처럼 대다수가 나쁘게 보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가 실제로 나쁘게 진행된 적은 거의 없었다는 설명이다. 박스권이 의외로 위로 크게 뚫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김영일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요즘 화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것만큼 경기가 나빠지지 않았을 때 과연 증시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기업 실적이 얼마나 더 나빠져야 지금의 밸류에이션이 적당한가를 생각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시장의 현재 밸류에이션만큼 경기나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 경기도 성장세가 둔화될 뿐 침체, 즉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 경기 사이클 하락폭이 과거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점, LCD 등의 IT산업이 공급과잉을 겪을 수 있지만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현재 주가는 심한 저평가 상태라는 지적이다.

김 본부장은 "시장도 경기 전망의 폭에 있어서는 틀릴 때가 있다"며 "오버슈팅(과도한 상승)하고 언더슈팅(과도한 하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움직임이 너무 심한 것이었다고 시장이 판단했을 때 어떻게 될 것인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하강을 너무 비관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판명됐을 때의 시장 움직임을 고민할 때라는 의견이다.

아울러 4월말 증시를 900에서 700초반으로 떨어뜨렸던 최대의 악재인 중국 경착륙 우려가 최근 완화됐다는 점, 내수 침체와 관련해서도 가계재정이 소폭이나마 개선됐으면 개선됐지 악화되고 있지는 않다는 점 등의 긍정적인 신호는 시장에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700 초반에서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고 밝혔던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 역시 "단기적으로 700이 무너질 수도 있지만 그 조차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지금 증시가 무엇을 얼마만큼 반영하고 있느냐가 중요한데 대부분 악재는 반영됐다"고 말했다. 700이 무너지면 오히려 가격 모멘텀이 돼서 반등이 빠를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역설적으로 수급상황은 매우 좋은 상태며 시장에 없는 것은 상승 모멘텀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여러 악재를 선반영해 하방경직성을 담보하고 있는 가운데 프로그램 매도 압력도 크지 않고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도 더 나올 물량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는 "친시장 지향적으로의 정부 정책 변화와 정부의 내수진작책 등이 증시에 상승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8월에 한번 700이 무너진다 해도 급반등이 있을 것이란 전망. 다만 장기 성장 잠재력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어 현재 기대하고 있는 반등이 베어마켓 랠리일지 장기 상승 추세 복귀일지는 그 때 가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식 투자시 가장 속이 쓰릴 때는 갖고 있는 주식이 떨어질 때보다 주식을 팔았는데 급반등할 때라는 말이 있다. 시장 수익률을 쫓아야 하는 기관들은 주식을 줄여놓았는데 증시가 급반등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최근엔 생각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730에서의 지지력이 예상 외로 강한데다 글로벌 여건 역시 생각만큼 나쁘진 않기 때문이다.

시장이 예상하는 것만큼 경기가 나빠져 현재 밸류에이션이 그리 싼 것이 아닌 것으로 판명날지 아니면 시장이 예상하는 것만큼 경기가 나쁘지는 않아 현재 밸류에이션이 매우 싼 수준이라 어떤 계기로 시장이 급반등하게 될 것인지, 이 문제가 현재 주식 투자자에게 최고의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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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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