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팽배한 낙관 뒤집어 보자
화제는 단연 18거래일만의 외국인 순매수 전환과 외국인의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기전자(IT)주 '사자'다. 외국인의 순매수로 종합지수는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며 860을 회복했다.
전날 미국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과 예정된 금리 인상에 대한 미국 증시의 상승 반응 등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고 내년 상반기 중 선진국 경기선행지수가 바닥을 칠 것이란 예상도 낙관론 쪽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프로그램도 많지는 않지만 차익, 비차익 모두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날 상승이 840~890 박스권내 등락의 일환일 뿐이지만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외국인이 18거래일만에 순매수로 돌아서 그간 소외됐던 IT주를 가장 많이 산다는 점, 덕분에 삼성전자가 간만에 기분 좋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박천웅 모간스탠리 상무(리서치 헤드)나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 등 적지 않은 사람들이 IT주가 내년 증시의 주도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관 투자가들 사이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IT주를 언제 매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IT주는 밸류에이션이 매우 낮은 상태라 매수하기에 매력적인 상태지만 업황이 아직까지는 상승 전환하는 신호가 없어 모멘텀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밸류에이션을 보고 지금부터 매수해야 한다는 쪽과 내년초 실적을 점검한 뒤 매수해도 늦지 않다는 쪽이 맞서고 있다.
확산되는 낙관론
이런 논의 자체가 현재 증시 주변에 팽배한 낙관론을 대변한다. 외국계 증권사만 하더라도 메릴린치, UBS증권,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등 점점 더 많은 증권사가 내년 경제는 다소 부진하더라도 증시는 좋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낙관의 근거는 선진국 경기선행지수가 내년 상반기 중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점, 내년 경제 자체는 둔화돼도 내후년 성장세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는 점, 국내 수급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내년 1분기에 내수 회복 지연과 수출 증가율 둔화가 맞물리거나 부동산 시장에서의 충격 등으로 한 차례 고비가 있을 수는 있지만 내년 전반적인 증시는 낙관적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는 올 1분기를 제외하고는 경기 둔화 우려가 계속되며 증시를 짓눌렀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성장률이 둔화돼도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되는 국면이 전개돼 증시는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신우 PCA투신 전무는 "경제 전망이나 경기 방향성은 확신할 수 없지만 수급과 밸류에이션 때문에 내년 증시를 낙관한다"고 말했다. 강 전무는 "경기 방향성이 꺾여도 증시는 견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올해 증명됐다"며 "가치 투자가 정착하고 있어 모멘텀에 상관없이 증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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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확신하지 말라
그러나 올 8월 이후 증시에 낙관적이었던 한 자문사 관계자는 "최근 신중론으로 변했다"고 고백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수급이 크게 개선된데다 가치 투자가 자리잡으면서 내년에는 종합지수가 1200~1300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낙관했는데 이제는 내년이 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유는 국내 경제가 내년에 둔화되는 것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 해도 미국과 중국 경기가 현재 사람들의 예상보다 더 나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내년에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치고 2006년에는 경기 모멘텀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나는 2006년 경제가 내년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금리를 낮출만큼 낮춘데다 감세, 재정 확대 등 쓸 수 있는 경기 부양책을 다 쓴 상황에서 과도한 경기 부양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경제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데 정책적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미국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이 관계자는 "미국 주택 부문이 하락 사이클로 돌아서는 가운데 쓸만한 부양 정책이 없어 내년에 미국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가 견조하지 못하다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서 중국 경제가 연쇄적으로 고전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내년에 경기 성장세가 좀 둔화돼도 2006년이 좋으면 증시는 강세를 보이겠지만 미국의 주택 버블로 인한 후유증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경제는 한 2~3년간 고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급이 받춰주지만 실망할 수 있어
그러나 이 관계자는 "수급이 워낙 좋아 증시가 폭락하거나 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견조한 오름세를 보이지는 못하고 내년 증시는 1000을 시도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증시 변동성이 올해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
이 관계자는 "올해는 종합지수 변동성이 워낙 큰데다 주도주가 없어서 대부분의 주식형 펀드들이 종합지수 대비 언더퍼폼(Underperform)했는데 내년에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가 지금 예상하는 시나리오대로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올해처럼 수급에 따라 증시가 크게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중국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 시작한다면 시장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연말 종합지수 자체는 올해보다 더 높게 마감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낙관에 휩쓸린 결정은 유보를
실제로 일본 대기업 제조업의 신뢰지수인 단칸지수가 올 4분기에 2년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는 사실은 일본의 경제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모간스탠리도 내년 증시를 낙관하면서 미국의 달러화가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미국 장기채 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으며(장기채 금리 상승은 모기지론 이자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소비에 직격탄이 된다)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하는 등 3가지 조건이 조화롭게 안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거시 경제를 예상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가 국내 기업들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시에 대한 글로벌 경제의 영향력을 과소 평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 관계자는 내년에 큰 장을 예상하고 주식 투자를 생각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밸류에이션이 싼 종목을 골라 1년 이상도 인내할 자신이 있다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거시 경기에 관계없이 주식은 여전히 할만하다. 문제는 국내 투자자들 대부분에게 이러한 인내심이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