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204억원'기증인데 '제목'이 다르네
"진기자님, 오늘 주제는 204억원 기증 인데 제목이 좀 다르네요.."
20일 낮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뉴브리지캐피탈의 사회공헌기금 기증식. 한창 기사를 작성중인 기자의 뒤에 서있던 뉴브리지의 홍보대행사 임원이 한 말입니다. 곧이어 이 임원은 마이크를 잡고, "홍보담당자로서 말씀을 드리는데 오늘 '야마'는 세금이 아니라 204억원 기증입니다"라고 다시 한번 당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임원이 이처럼 기자들의 야마(기자들 사에에서 제목을 뽑히는 기사의 핵심주제를 이렇게 부릅니다)에까지 '간섭'을 하고 나서게 된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외국기업으로는 유례가 드물게 2000만달러(204억원)의 '거액'을 기증키로 하고 리처드 블럼, 데이비드 본더만 등 본사 공동회장들이 몸소 그 의미를 전하기 위해 어려운 발걸음을 한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은 온통 '세금' '세금조사' 문제에 집중됐기 때문입니다.
블럼 회장은 사회공헌기금을 기증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우리는 여러 기회를 찾고 있으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한국은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한국에서) 좋은 시민으로서 역할을 하기를 원하고 이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기증액의 규모는 적지 않으며 전대 미문의 기증"이라며 "다른 외국기업들은 이런 기증을 하고 있지 않다"고 차별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사진)

(사진 오른쪽부터 김우석자산관리공사 사장, 김인호 중소기업연구원장, 리차드 블럼, 데이비드 본드만 뉴브리지 공동회장)
이같은 배경 설명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의 주된 관심은 세금 문제에 쏠렸습니다. '외국계 펀드에 대한 세무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뉴브리지도 세무조사를 받았는지' '세금 회피에 대한 도덕적인 비판이 있는데 앞으로도 세금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계속할 것인지' 등등 질문공세가 이어졌습니다.
기자의 질문이 반복되자 처음에는 차분한 어조로 대답에 임하던 공동회장들의 표정에도 점점 곤혹스러움이 묻어났습니다. 자신들로서는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면모를 돋보이게 하고자 큰 마음 먹고 204억원이란 큰 돈을 쪼개 선뜻 내놨는데 그것이 하필 국세청이 외국계펀드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간 때에 이뤄져 그 선의가 충분히 평가받지 못해 무척 서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기자의 질문이 세금 문제에 집중됐던 것은 외국계 펀드에 대한 세무조사 외에도 뉴브리지의 사회공헌기금 기증액이 제일은행 매각 차익에 비해 턱없이 작다는 점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뉴브리지는 제일은행 매각으로 약 1조1800억원의 이익을 남겼고 이번 기부액은 그에 비하면 약 1.7%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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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뉴브리지측의 견해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기부금은 뉴브리지가 펀드의 운용자(GP)로서 받은 수수료에서 낸 것인데 이 수수료에 비하면 204억원은 결코 적은 비중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실제 펀드를 운용해서 받은 수수료는 차익의 최대 5%선을 크게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수수료를 5%로 잡는다면 뉴브리지로선 수익의 3분이 1을 기증한 셈이니 한국 언론과 여론의 푸대접에 서운했을 법도 합니다.
이날 기증식 통해 외국 자본을 보는 국내외의 시각차가 '1조1800억원과 204억원 차이' 만큼이나 벌어져 있다는 사실을 또한번 확인하게 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