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은행장실의 '몰래카메라'
외환은행장실에 은행장도 모르는 몰래카메라가 설치됐다해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경영자측에서 노조사무실 등에 '몰카'를 설치하는 공작활동을 편 적은 간혹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은행 핵심임원이 자기보다 더 높은 최고경영자 집무실에 몰카를 설치한 것이 발각돼 직위해제된 것은 보기드문 일입니다. 설치작업이 완료되지는 않아 녹화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몰카'가 주는 이미지때문에 그런지 그럴싸한 음모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의 시설관리담당인 이 핵심임원은 행장실 '보안강화'를 위해 CCTV를 설치했다는 해명을 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만일의 경우 은행장실에 누가 침입을 한다던지 기습점거 등을 할 경우 CCTV에 모든게 찍혀 증거자료로 남는다는 말입겁니다.
실제 한 시중은행의 경우 노조와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이로인해 몇번 은행장실이 기습점거를 당하자 행장실에 CCTV를 설치한 적이 있습니다. 이 은행은 최근 명예퇴직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생기면서 노조 간부들이 은행장실을 무단으로 점거하자 CCTV회로에 찍힌 장면을 수사에 대한 증거자료로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은행측이 사전에 은행장과의 협의에 따라 CCTV를 설치한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번 건은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이 핵심임원이 이같은 우려를 해서인지 부하직원들에게 CCTV 카메라를 은행장실에 설치하도록 지시하면서 이를 은행장에게 늦게 보고를 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과잉충성을 한 것인지도 모르구요. 외환은행 한 고위관계자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 임원은 먼저 행장에게 보고를 하고 설치를 하려고 했는데 은행장 출장 등으로 보고에 '실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은행장이 비서실 직원을 통해 카메라가 설치됐다는 사실을 전해들었을때는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던 상황이었고, 설치목적이 무엇이었든간에 자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카메라가 설치된데 대해 웨커행장이 대노했다는 후문입니다. 특히 이 핵심임원은 평소 웨커행장이 능력을 인정하고 깊이 신뢰했던 임원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이와 관련된 구구한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핵심임원이 과잉충성을 위해 속된말로 '오버'를 했다고 하더라도 은행장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자발적으로 했을리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무엇인가 내막이 있을거라는 가설말입니다. 노조에서는 론스타 체제 이후를 둘러싼 대주주 및 경영진 내부의 권력게임에서 비롯된 산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누군가 뒤에서 이 임원을 조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죠.
일단 지금의 상황으로는 시설물 관리를 맡은 이 임원이 보안강화를 위해 CCTV를 설치했지만 보고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장이 이를 먼저 발견하고 경솔한 행동에 대한 조치로 직위해제시킨 것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호사다마라는 말처럼 최근 사회공헌활동으로 이미지도 바꾸고 사상최대의 분기실적발표까지 앞두는 등 분위기가 고무되던 상황에서 은행장실 몰카사건이 발생해 체면을 좀 구기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