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승자의 재앙'이 없어지려면

[현장클릭]'승자의 재앙'이 없어지려면

김양현 기자
2005.05.16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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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승자의 재앙'이 없어지려면

'승자의 재앙(Winner's Curse)'이라는 용어가 이제 금융권의 유행어가 되고 있습니다. 제살 깎아먹기식의 금리과열경쟁이 벌어지다 보면 '패자'는 물론이거니와 오히려 승리하는 쪽의 수익성이 더 악화돼 소위 '재앙'을 입을 우려가 있다는 뜻입니다. 은행권에서는 다른 은행의 기존 대출고객들을 뺏어올 경우 0.2%정도의 금리를 할인해 주는 게 관행화처럼 됐습니다.

'승자의 재앙'이라는 용어는 감독당국에서 경고의 메시지로 보낼때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금융회사들이 개별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 하더라도 금융권 전체로 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며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해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한 금융회사가 오히려 곤경에 처하는 이른바 '승자의 재앙'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며 과당경쟁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이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직접적인 당사자들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 모르지만 과도한 경쟁을 하다보니 서로가 다 힘들었는데 감독당국에서 '교통정리'를 해 주니 오히려 잘 됐다는 반응입니다. '은행 대전'이라는 준엄한 현실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일부 은행장들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색다른 주문을 내놓기도 합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최근 월례조회에서 "외국계 은행들이 우량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촉발한 금리경쟁에 마치 도미노현상처럼 토종 은행들이 하나 둘 가세하면서 영업 여건이 상당히 악화되고 있다"며 '승자의 재앙(Winner’s Curse)'을 인용하며 "우리는 역발상과 차별화로 고객과 조직의 가치를 새롭게 창조해 나가자"고 했습니다.

이처럼 최근 은행권의 출혈경쟁에 대해 감독당국과 당사자들까지 승자의 재앙을 우려하고 나섰지만 사실 이 용어를 제일 처음 사용한 '원조'는 따로 있습니다.

금융연구원 강경훈 연구위원은 지난달 `은행의 우량고객 유치경쟁과 승자의 재앙((Winner's Curse)'보고서에서 "최근 은행간에 우량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오히려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은행간 우량고객 확보전을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입찰자가 낙찰받는 `공통가치경매(common value auction)'와 유사하다"면서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받는, 이른바 승자의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에서 였습니다.

해법으로 강 연구원은 이런 안을 제시했습니다. 우량고객 확보를 위한 은행들의 경쟁은 시장 본연의 모습이지만 수익성을 잃지 않기 위해 우량고객의 가치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죠. 소위 고객관계관리(CRM)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하는 말로도 들입니다.

시장 자율경쟁의 테두리안에서 서로간에 상도의를 엄격하게 지키는 가장 '상식적인' 공정경쟁만 이뤄진다면 강 연구원의 말한대로 '승자의 재앙'이라는 이상한(?)용어는 곧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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