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박승 한은 총재의 소신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 기사 내용이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홍역을 치른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4일 서울 청운동에 위치한 경복고등학교를 찾았습니다.
한국은행이 올들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민경제교육의 일환으로 총재가 직접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경제에 대한 강의에 나선 것입니다.
박 총재는 강의 중에 외환시장 관련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만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교육문제에 대해 상당히 '파격적인'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박 총재는 "세계 주요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가 교육비 부담은 1등인데 대학의 질은 거의 꼴찌 수준인 것은 사회공공재인 교육 문제를 사교육비 등 개인적으로 풀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과외 수업에 들어가는 돈을 교육세로 냈더라면 우리 교육문제 해결되고 대학수준도 높아졌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총재는 아울러 "'과외비 내지 말고 교육세로 내자', '유산을 자식에게 주지 말고 학교에 기부하자'는 캠페인이라도 펼치자고 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박 총재의 강의를 취재하기 위해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신선한 생각이고 재밌는 아이디어라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내용이 비중있게 다뤄지지는 않았습니다. 박 총재의 제안이 실제로 이렇게 해야한다는 적극적인 표현이라는 보다는 '이렇게라도 하자고 하고 싶다'는 안타까움의 표현이었던데다 현실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없어보였기 때문으로 짐작됩니다. 당장 자녀들의 성적이 급한데 공교육 발전을 위해 세금을 더 낸다거나 유산을 자녀들에게 남기지 않고 학교에 기부할 사람은 아직은 한국사회에서 소수일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 박 총재의 자제분과 친분이 있는 한 선배 기자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웃으면서 그 자제분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해주더군요. '부친이 재산은 많으신데 자식은 스스로 살길을 개척해야 한다며 물려주실 생각이 없으신 듯 해 좀 야속하기도 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선배는 몇년 전 술자리에서 들은 것이고 재산을 전혀 안 물려준다는 얘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리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흐뭇했습니다. 박 총재의 강의가 최소한 '오랜 소신'에서 우러나온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또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박 총재가 강의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신다면 그때는 정말 크게 기사를 써 드려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