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신한·제일銀 스카우트訴가 보여준 것

[현장클릭]신한·제일銀 스카우트訴가 보여준 것

진상현 기자
2005.07.20 11:32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현장클릭]신한·제일銀 스카우트訴가 보여준 것

은행권의 인력 쟁탈전이 급기야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신한은행이 제일은행으로 옮겨간 파생상품 마케팅 담당 직원들에 대해 영업금지 가처분 소송을 낸 것입니다. 그동안 첨단 기술기업들간에는 핵심 연구인력 빼가기를 놓고 법적 공방이 벌어진 경우는 많았지만 은행권에서 직원들의 경쟁사 이직과 관련해 법적 대응을 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리딩뱅크를 자처하는 신한은행이 임원도 아닌 직원 3명의 이직에 대해 서슬퍼런 대응에 나선 것은 이들 3명이 '단순한 3명'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외환 파생상품 마케팅 담당 직원들인 이들은 외환파생 상품의 거래처를 담당해오던 핵심인력이었다고 합니다.

이들 3명이 알고 있는 마케팅 정보가 22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400여건의 담당자 관련 사항으로 해당기업의 관심사항과 거래 의향 상품 등을 파악한 영업비밀이라는 게 신한은행측의 주장입니다. 때문에 이들의 이직이 알려진 후 신한은행의 담당 부행장이 직접 제일은행을 방문해 항의한 일도 있었습니다. 특히나 파생상품 분야가 신한은행이 90년대 중반부터 집중적으로 육성했던 분야라는 점에서 신한은행의 허탈감은 더 컸다고 하더군요.

제일은행측은 아직 신중한 반응입니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전날 "가처분신청과 관련한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통보가 오면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직업선택의 자유가 우선이냐 회사의 영업비밀 보안이 우선이냐는 결국 신한은행의 파생상품 마케팅 정보가 가진 영업비밀로서의 가치를 법원이 어떻게 평가를 하느냐에 따라 가려지겠습니다만, 이번 소송건은 외국계은행의 영업 행태, 국내 파생상품 시장의 부족한 전문 인력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시사하는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전문인력 풀이 절대부족인 상태에서 무리한 스카웃전쟁은 감정싸움으로 흐르고 제살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국내 은행권의 임금 구조입니다. 스탠더드차타드은행(SCB)에 인수된 제일은행이 이들 3명에게 제시한 연봉은 '3억원+알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속에서 언제 낙오될지 모르는 요즘 세상에 누구라도 거부하기 쉽지 않은 조건입니다. 하지만 국내은행들은 경직된 임금 구조로 인해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파격적인 성과급 도입을 골자로 한 신인사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황영기 행장은 지난달 월례조회에서 "우리은행은 모든 직원들에게 차등없이 월급을 주고 있는데 다른 은행에서 성과급을 많이 준다면 인재의 역선택 현상이 발생해 못하는 직원들만 남게 된다"며 노조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성과급 강화와 인재 확보에 대한 은행들의 고민, 이번 소송전은 그 고민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문인력이 태부족인 우리 금융현실에서 인력을 경쟁사로부터 무리하게 스카우트하는데 몰두하기 보다 함께 인재를 키워 충분한 인재군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입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