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아래 모든 사물에는 그림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구석이 항상 존재하듯이 말이죠. 세상 사는 이치가 그렇고 우리나라 수 많은 기업의 역사도 그러합니다.
카드업계에는 최근 따스한 햇볕이 들고 있습니다. 20%를 넘나들던 연체율은 한 자리수로 고정되었고 작년 말엔 대규모 충당금 적립부담을 안은 한 회사를 빼고는 나란히 흑자를 기록했으니까요.
카드 남발과 무분별한 경쟁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불과 2 ∼ 3년 전만해도 수조원대 적자를 내고 출혈 마케팅과 신용불량자 양산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썼던 ‘어두운 그늘’이 서서히 걷히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짙고 어두운 그림자일수록 사라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한 카드사의 CEO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길거리 카드 모집’을 언급해 커다란 파문이 일었습니다.
물론 예전처럼 길거리에서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하는군요. 장기적으로 한국개인신용(KCB)의 신용정보를 활용해 소비자 봉사차원에서 신속한 발급을 하겠다는 뜻이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 발언에 금융당국은 물론 카드업계 관계자 모두가 크게 놀랐습니다. 특히 금융당국은 가두모집을 재개하는 카드사에 대해서는 '영업정지'등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바로 내놓았구요.
이처럼 금융당국이 예전에 없이 발빠른 대응을 하고 나선 것은 길거리모집의 폐해에 대해 무엇보다 잘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의 카드사 길거리 모집은 정확한 신용분석 없이 그야말로 무작위, 무신용, 무원칙의 ‘3無 발급’으로 카드사 부실의 원천이 됐습니다. 따라서 카드업계로서는 가두 모집에 대한 아픈 기억은 아직도 또렷이 남아 있는 과거의 ‘그림자’인 셈이죠.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 CEO의 가두모집 재개발언은 부적절했다는 생각이 듭니다.연체부실이 해결되고 개인의 신용분석이 즉시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해도 굳이 예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회원 모집 방식을 다시 운운할 필요는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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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전국적 영업망을 갖춘 은행계 카드사에 비해 열악한 회원 유치 채널이 문제라면 유통업체와의 제휴나 온라인 마케팅 활성화 등의 해법도 고려할 수 있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도 큽니다.
물론 인터뷰가 아닌 사석에서 본 뜻이 잘못 전달 되었을 수도 혹은 사소한 내용이 확대 해석되었다는 생각에 억울해 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혹 ‘재범(再犯)’의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닌가 가슴을 쓸어 내렸을 테니까 오해라 해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어쩌면 오해할 준비(?)가 되어 있기도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믿던 사람에게 배신 당한 경험을 가진 사람의 마음은 더욱 굳게 닫혀갈 수 밖에 없듯이 칠흑 같은 어둠을 드리웠던 과거를 지닌 회사라면 안팎에서 더욱 주시하기 마련 이니까요.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카드업계의 ‘양지(陽地)’를 옛날의 그림자가 다시 차지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