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1주일, 용산상가 현장취재-
휴대폰 보조금이 합법적으로 허용된지 1주일이 됐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빠른 적응력’이 어느정도인지, 기자가 책상에서 듣는 것과 실제 시장에서의 반응은 얼마나 다른지 경험해 보기 위해 용산 상가를 찾아봤다.
예상했던 대로 유통상가에서는 "불법 보조금으로 8만원 더 드려요"라며 불법이 공공연히 난무하고 있었다.
"원하는 가격에 휴대폰을 사려면 부가서비스 2~3개 추가하시면 돼요!" 부가서비스 떠안기기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 불법 보조금 6~8만원은 기본, 가게 잘 찾아야 싼값에 휴대폰 마련
유통상가 취재에서 늘 그렇듯이 기자임을 밝히지 않고 상점들을 둘러봤다. 평소 맘에 들어 했던 출고가 66만원짜리 DMB폰을 타깃으로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얼마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지 사전조회 없이 찾아왔다고 소개하고 원하는 폰을 가리켰다. 점원은 기자의 사용기간과 실적을 대충 듣더니 13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흥정에 들어간다.

"합법 보조금 13만원과 5만원까지 불법으로 우리가 보조해 드릴께요. 48만원 내세요!" 한다.
"내가 불법을 해야 하는 건가요?" 순진한 척 물었다. "(가게마다)다 불법 보조금 얼마씩은 드려요. 우리 마진에서 드리는거니까 사실 손님이 불법을 하는 거는 아니죠." 점원이 웃는다.
"그래도 48만원은 너무 부담스러워요. 다른데 보고 올께요!"(흥정은 이렇게 하는 것 아닌가?) "그러지 말고 2만원 더 빼드릴께요! 보조금 되고 난 뒤에 손님이 너무 적어서…"
불과 5분여 만에 불법 보조금 7만원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불법 보조금 5만~7만원은 누구에게나 주는 것이라는 말이 된다.
다른 상점으로 들어가 같은 모델에 대해 물었다. 50만원 이하로는 절대 안된다는 점원의 시큰둥한 반응. 옆 가게에서 46만원을 제시했다고 우겨봤으나 점원은 흥정에 관심이 없는 듯 뜻을(?) 굽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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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삣거리며 "사실은 기자인데 취재차 나왔다"고 밝혔다. 점원은 당황하더니 자신은 불법을 저지른 일이 없음을 다행스러워 하며 자신있게 말한다. "일부 대형 대리점들은 불법 보조금을 10만원까지 주지만 그렇지 못한 대리점들은 손님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자신이 흥정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용산이나 테크노마트 같은 집단상가들은 몇군데 가게만 둘러보면 대략의 평균 가격을 찾아낼 수 있는게 장점이다. 때문에 개별 대리점 보다는 집단상가에서 휴대폰을 구입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적어도 과거에는….
그러나 보조금이 합법화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대리점 규모에 따라 휴대폰 가격이 천차만별이 된 것이다.
결국 소비자는 발품을 판 만큼, 대리점의 규모와 흥정의 수완에 따라 휴대폰을 싸게 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 "부가서비스 2~3개 신청하면 보조금 더 얹어 드려요!"
이미 신분이 탄로났으니 아예 탐색할 건물을 옮겼다. 한 상점에 들어가 이번에는 합법보조금이 9만원임을 확인한 소비자로 연기를 했다. 원래 타깃였던 DMB폰을 가리키며 56만원은 비싸다고 전제하고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안심정액제와 몇가지 부가서비스를 가입하세요. 6만원 정도 더 깎아 드릴 수 있습니다” 한다.
헉! 우려했던 부가서비스 떠안기기 현장 포착. 한 건물 내에서 무려 4개의 상점이 부가서비스 신청을 조건으로 휴대폰 가격 깎아주기를 제안한다.
휴대폰 보조금이 당초 소비자 기대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소비자가 필요로 하지 않는 부가서비스를 떠안기고 값을 깎아주는 불법 사례에 대한 우려가 있던 터. 실제 시장에서는 여지없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었다.
◇ "번호이동! 하지마세요"
한 가게에서 큰 소리가 난다. 얼른 달려간다.
"번호이동을 하면 3만원 더 내야 한다는 말 안 했잖아. 미리 말했으면 내가 그걸(번호이동) 했겠어?"
"서비스 회사를 바꾸면 가입비를 새로 내야 하는 것은 정해진 가입절차예요! 지금으로서는 다시 해지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서비스 회사를 옮기면 불법 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과거 기억만 하고 덜컥 번호이동을 해버린 한 가입자가 상점 안에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14만원의 비교적 높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던 이 가입자는 3만원의 가입비를 내라는 말에 아연실색한 것이다. 통상 서비스 회사를 옮기면 서비스 회사는 유지한 채 휴대폰만 바꿀 때 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휴대폰을 살 수 있었던게 상식처럼 굳어져 있었던 것이다.
옆에서 어슬렁거리다가 기자도 숟가락을 얹어봤다. "저 A회사 서비스 쓰는데요 B회사로 바꾸면 휴대폰 더 싸져요?"
"그거 하지 마세요. 저 손님도 그것 때문에 그러는데 그냥 그 회사에서 보조금 받고 휴대폰만 바꾸세요. 지금은 그게 제일 쌉니다." 점원의 친철한 안내.
보조금 제도를 직접 취재하는 이동통신 담당기자가 아니었다면 나도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았을 설명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번호이동에 따른 불법 보조금의 단맛에 길들여져 있었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밑지고 판다'는 말이 세계의 3대 거짓말에 속한다지만 보조금 허용 1주일된 현재 상점들은 자신의 마진에서 불법 보조금을 얹어주지 않으면 손님 구경도 못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었다. 결국 밑지고 팔 수 밖에 없다는 것. 마진을 손님에게 줘야 히니….
한 대리점 주인은 "보조금이 합법화되고 손님은 무지하게 많아졌습니다. 다 상담만 하는 사람들이죠. 하루종일 손님 붙들고 상담하고 나면 점심값도 안 나오고 입만 아파요!" 인건비도 안 나온다는 속된 표현 그대로 였다.
보조금 정책이 발표된지 1주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소비자와 상점 모두 정책에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짧았나 보다.
어렵고 복잡한 보조금 정책이 혼란의 틈바구니를 뚫고 소비자와 유통상인들 모두에게 불법의 방식을 찾아내는데 적응하도록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