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BIS비율 논란, 불신의 업보

[시평]BIS비율 논란, 불신의 업보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2006.04.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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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서울에서 국제회의를 개최한 파이낸셜 타임즈(FT) 18일자에 한국을 비웃는 글이 실렸다. 포스코는 초기에 투입된 저리자금, 산업보호, 정부지원 등으로 글로벌 기업이 되었지만 금융산업은 그렇게 키워지지 않는다며, 금융업이 천시되는 곳에서 국제적 금융중심지가 출현 할 수 없다는 골자였다. 외국인 논객이 빠뜨린 것은 한국사회의 불신풍조이다.

신문은 연일 외환은행 매각의혹으로 도배질 되고 있다. 정책 당국과 은행경영진이 짜고 헐값에 외국펀드에 매각하기 위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했다고 한다. 2000년 가을 외환은행 포함 6개 은행 경영평가 작업을 주관했던 경험이 있는 필자는 의아스런 느낌이다. 당시 은행측의 호소는 있었지만 다른 압력은 없었다. 거시경제지표 동향, 산업별경기전망, 기업별경영 성패 등을 고려한 여러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회계법인 실무팀 수십명이 철야 작업에 동원됐다. 과로에 지친 경미한 후유증이 돌발하기는 했지만, 대과 없이 마무리 됐었다.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BIS비율 수치는 대출자산의 건전성 판단에 따라 오르내렸다. 은행 경영진의 장미빛 재무계획에 따르면 8%를 턱걸이했고, 현실적으로 따지면 기준미달이었다. 당시에는 아직 반도체 가격이 좋아 현대전자 채권이 "정상"으로, 현대건설 채권은 "고정 이하"로 보였다. 불과 1년 뒤 두 채권의 신용도가 역전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당시 신용카드 사업은 외환은행의 자랑이었다. 외환은행이 그나마 "조건부"로 독자생존 가능한 것으로 판단 내린 데에는 콤메르쯔 은행의 출자 및 경영참여가 결정적 고려사항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3년 뒤 2003년 외환은행은 론스타에 매각됐다. 당시 상황이 어떠했나? 신용카드 빚 연체 누적으로 금융시장이 극도로 경색되었던 때다. LG카드 등 전업사는 물론 은행카드사들도 줄줄 빚더미에 올랐다. 정책당국이 다급함을 통감해 서둘러 신용카드발 금융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부실은행 정리에 박차를 가했다.

부실정리는 지저분한 작업이다. 이 일을 하다 보면 작업자의 손이 더럽혀진다. 정책당국이 차일피일하면 관료는 명철보신하지만 경제는 병이 깊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감사원과 검찰은 비리 척결이 본분이다. 그러나 비리의 개연성을 일찌감치 확실한 것으로 몰아가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한국금융발전의 최대 저해요인은 불신이다. 시장거래자는 규제당국이, 규제당국은 사찰기관이 불신한다. 그 결과 범 정부기관에 대해서는 언론과 국회와 국민정서가 불신하고 있다. 97년 환란이후 주요 국내자산이 외국계 손에 다수 넘어간 "국부유출"을 따지고 보면 국민의 "애국적" 불신풍조 탓이 크다.

2006년 오늘의 관점 3년전 외환은행 매각 과정을 사후적으로 시비를 따질 때 집어보아야 할 대목 몇 가지가 있다. 2000년에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존재로 인정 받았었던 코메르쯔가 2003년 "헐값" 매각 과정에 왜 이의제기 않았나? 올해 우선인수 협상자가 된 국민은행이 3년 전에는 현재의 4분의1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왜 포기했나? 2003년 말 BIS비율에서 론스타의 자본투입 기여분을 제외하면 어떤 수치가 나오는가? 몇 달 후 유가증권 가격을 정확히 예상하는 천리안을 누가 가졌나?

인간의 생로병사처럼 사업에도 흥망성쇠가 있다. 훗날 다른 형태의 부실문제가 다시 정책당국의 해결사 구실을 요구할 것이다. 이때 선뜻 손 걷고 일할 일꾼의 싹을 자르지 말아야 한다.

필자의 일생은 관청가와는 담을 쌓은 것이었고 환란직전 한때 일부 관료들과 깊게 척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책당국자들의 고루함에 대한 혐오가 그들의 비리의혹에 대한 은밀한 즐거움으로 바뀔 수 없기에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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