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 당국이 달라졌다. 개입의 방식이나 강도 등 겉모습만의 얘기는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기업들을 대하는 태도도 변했다.
환율이 하락하면 대기업, 중소기업 들이 울상을 짓고 못이기는 척 정부가 나서 환율을 받쳐줬던 게 과거의 패턴.
당국은 '수출 기업'을 시장 개입의 명분으로 삼았고 기업들은 으레 당국만 믿고 버텼다. 그런데 이젠 달라졌다.
물론 수출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에는 변함이 없다. 환율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야하는 이들 기업에 대한 걱정도 크다.
반면 대기업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차가울 정도다.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주력 품목을 가진 대기업들은 '환율 하락'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건만 당국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왜일까. "대기업들의 이중 플레이에 놀아날 수 없다"(외환당국 관계자)는 이유다. 대기업들의 영업 파트에서는 수출을 못 하겠다며 환율 방어를 요구하는 반면 자금 파트에서는 정부가 개입할 때 오히려 달러를 내다 판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더 이상 뒤통수 맞을 수 없다"며 강경한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도덕적인 문제"라고까지 했다.
구두 경고 조치를 줬다는 얘기도 들린다. 전체를 보지 않은 채 개별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데 대한 주의 조치다.
그런데 기업이 아닌 정부로 눈을 돌려보자. 최근 들어 외환 당국의 머리를 아프게 한 요인 중 하나가 '주가 상승'.
외국인 순매수에 기댄 주가 상승은 환율 하락의 주된 이유였다.
이에대한 외환당국의 속내는 "과도한 상승" 그 자체다. 드러내 놓지 못했을 뿐 '고유가' 상황 속 주가가 오를 이유가 뭐냐는 식이었다.
반면 '주가 상승→내수 회복'를 바라는 거시경제 파트나 자본 시장을 책임지는 금융 정책 파트에게 주가 상승만큼 반가운 소식은 없는 노릇.
눈 앞의 것에만 집착하기는 정부나 기업이나 마찬가지인 듯 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