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에 있어서 절대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세금과 죽음이라고 한다. 상속세는 이 두 가지가 모두 결합된 것이니 결코 환영받기 어려운 제도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최근 재벌을 중심으로 한 재계는 현행 50% 수준의 상속세율 인하를 포함한 상속세제도 전반의 개편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재계의 요구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연일 특집 기사를 마련하며 동조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삼성, 현대자동차와 관련된 일련의 문제들이 경영권 상속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상속세 인하의 주된 논리는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에 있어 오너경영이 가장 적절한데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현행 규정대로 상속세를 납부할 경우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이 낮아져 더 이상 안정적으로 경영권으로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는 몇가지 중요한 오류가 존재한다.
첫째, 2004년 1월 기준으로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상호출자한 기업집단에 있어 총 주식수 대비 본인, 특수관계인, 계열회사 지분의 합인 내부지분의 비율인 내부지분율은 49.78%이다. 이중 상속의 대상이 되는 본인 지분율은 8.26%일 뿐이며, 이 지분의 대부분의 순환출자의 정점에 있는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이와 같이 낮은 비용으로 지배주주 일가의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확대, 유지시켜주던 순환출자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높은 상속세로 인해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일거에 상실시킬지도 모를 아킬레스 건이 된 것이다. 결국 상속세 인하·폐지 요구는 자신들이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낸 순환출자의 덫을 정부에게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하겠다.
둘째, 상속세 논란에 있어 오너경영과 세습경영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일부 언론은 지배주주 일가는 뛰어난 경영자인 아버지, 할아버지의 유전자를 이어 받았고 어려서부터 경영과외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외부인보다 더 경영을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주장이 옳다면 월드컵 국가대표 1순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축구 유전자를 아버지에게서 받았고 평생 독일과 한국에서 세계적인 선수, 감독이었던 아버지에게서 평생 축구 과외수업을 받은 차두리선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병철, 정주영 회장과 같은 재벌기업들의 창업자들은 스스로 기업을 일으키고 성장시킴으로서 스스로 자신이 능력있는 오너 경영자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경제위기 과정에서 무너진 많은 재벌기업들의 사례는 모든 창업자들의 후손이 그들의 아버지, 할아버지만큼 뛰어난 경영 능력을 지니지는 않고 있으며 평생에 걸친 경영과외 수업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음을 보이고 있다.
오너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는 각각의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느 체제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지에 대해 논란을 벌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기업을 계속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가장 적합한 지배구조는 결국 오너, 전문경영진의 구분없이 가장 능력있는 사람이 경영을 담당하고 이들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능력이 입증되는 한 오너 일가를 경영에서 배제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그러나 상속세 인하 혹은 폐지를 통해 세습경영체제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은 국가경제에 있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들의 경영을 그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창업자들의 후손에게 대대손손 맡기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재계는 상속세 인하를 주장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제대로 상속세를 납부했는지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 대형 재벌이 아닌 태광, 교보, 대한전선이 상속세 납부 상위를 차지하고 삼성, 현대차 등이 상속과 관련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며, 상속세를 제대로 납부하고 경영권을 이어 받겠다는 신세계의 발표가 뉴스거리가 되는 현실에서 상속세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 인하 혹은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그 정당성을 부여받기 어렵다.
도요타 지배주주 일가가 5%의 지분만으로도 계속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단순한 경영능력을 넘어 창업자 일가가 도요타의 가장 적합한 “선량한 관리자”라는 신뢰를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높은 상속세에도 불구하고 가족기업의 전통을 이어가는 포드, 발렌베리 등의 창업자 일가 역시 기업의 이해당사자들에게 이러한 신뢰를 심어왔기 때문에 계속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어 왔다.
계속되는 상속과 관련된 논란 속에서 재벌기업들은 상속세 인하를 요구하기에 앞서 자신들을 돌아보는 자성을 먼저 실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