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대국인 미국이 경제적으로 전세계의 큰 짐이 되고 있다. 무역적자 이야기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계속 확대돼 2005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6.4%에 달하는 8050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정도의 경상수지적자를 지속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경상수지적자가 4.1% 밖에(?)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위기를 겪은 바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조만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마 미국이 우리나라와 같이 소규모 경제라면 벌써 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은 전세계가 거래에 사용하는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발행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땀 흘려 일한 대가로 달러를 벌어 들이지만 미국은 그냥 찍어내면 된다.
또 미국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정치적 비중을 볼 때, 미국의 파국은 곧 전세계적인 파멸로 치달을 수 있다. 이것은 엄청난 위협이다.
이러한 막강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1980년 대 중반 미국은 지금 보다 훨씬(?) 적은 GDP 대비 2-3 % 수준 경상수지 적자를 프라자 합의를 통해 타개한다. 이 때 대부분의 미국무역적자를 초래시켰던 일본은 환율조정을 시발점으로 소위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하며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말았다.
지금은 그 때보다 상황이 훨씬 복잡하여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첫째, 미국의 적자 대상 국가가 다양하다. 일본은 지금도 주요 대미국 흑자국이지만, 일본 외에도 중국이 새로 가세했고, 다른 BRICs 국가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 유럽 그리고 산유국 등 매우 다양한 국가들이 미국의 무역적자 대상국들이다. 이러한 국가들이 프라자 합의와 같이 비밀리에 모두 모여 타협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둘째, 가장 중요한 미국의 무역 적자 대상국인 중국은 일본과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의 주장을 전면 수용했던 일본과 달리 중국은 체질적으로 미국과의 협력에 전혀 호의적이지 않다. 또한 일본의 과거 경험이 얼마나 큰 고통을 초래했는가를 학습한 효과도 중국이 협력을 거부하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셋째, 일각에서는 현재의 미국무역적자는 전혀 우려할 수준이 아니며 오히려 현재의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흥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수출주도를 통한 무역수지 흑자를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왔고, 선도 주자가 일본이었다는 것이다. 그 후 신흥 아시아 국가들이 있고, 중국을 비롯한 BRICs 국가들이 대기 중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신흥국가들의 이해와 미국의 이해가 서로 잘 들어 맞아서 현재의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초래했지만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상황을 옹호하는 또 다른 견해는 미국이 빠른 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 전세계 투자를 흡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신경제(New Economy)로 대표되는 생산성 향상은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만이 경험하고 있는 고유 현상이고, 생산성이 높은 국가에 높은 투자가 이루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즉 미국 입장에서 볼 때 더 높은 투자를 위해 수입을 증가 시키는 것은 전혀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을 옹호하는 세번째 견해는 미국이 지금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의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실제로 미국의 정재계에는 오히려 지금의 상태를 즐기며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 된다. 만약 지금의 상태가 영속적으로 유지될 수만 있다면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달러의 추가적인 발행으로 해결하는 미국입장에서는 손해 볼 일이 전혀 없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미국 무역적자 문제는 해결할만한 뚜렷한 주체가 없으며, 지금의 상황을 합리화하려는 존재들 때문에 조만간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언젠가 폭발적인 형태로 문제의 해결이 이루어질 것이며, 그 때는 한국도 또 다른 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위험한 시한폭탄이 누구도 모르는 정해진 시간을 향하여 째깍째깍 움직여 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