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갑부 순위 2위의 워렌 버핏이 자신이 보유한 재산의 85%인 350억불,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약 35조원을 세계 갑부 순위 1위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재단에 기부하기로 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카네기, 록펠러, 벤더빌트, 스탠포드 등 미국 역대 최고 부자들의 뒤를 이어 이들 두 사람은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미국 사회의 오랜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물론 이들 최고 부자 겸 고액 기부자들의 재산 형성 과정이 늘 도덕적으로 칭송받을 만 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는 과정의 공통점은 단순히 그 규모가 크다는 것 뿐만 아니라 사전에 치밀한 계획과 준비, 그리고 명확한 목표 하에서 실행되어 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철왕으로 유명한 카네기의 경우 철강산업의 미래와 신기술을 방향을 꽤뚫어본 사업적 혜안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이민 노동자들의 파업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십여명이 사망한 홈스테드 파업 사건은 그에게 평생 지울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1901년 65세의 나이에 그의 사업을 정리하면서 받은 2억 5천만불로 그는 본격적인 기부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는 배움의 기회를 균등히 부여하는 것이 사회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공공도서관의 건립이라는 신념하에 미국, 영국, 캐나다 등지에 2,500개의 도서관을 건립하였다. 미국에만도 전국 곳곳에 1,700개가 건립된 카네기 도서관은 도서관이 건립된 지역 사회의 구심적 역할을 지난 100여년간 훌륭히 해오고 있다.
빌 게이츠가 가장 존경하는 조언자인 워렌 버핏은 빌 게이츠에게 사업과 기부를 등산에 비유한 충고를 해주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산을 오르는 것에 모든 준비와 힘을 기울이지만 대부분의 등반사고는 하산할 때 발생한다. 이처럼 돈을 버는데 쏟아 부은 열정 이상의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있어여만 성공적인 기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년전 빌 게이츠가 기부활동에 인색하다는 비난에 직면했을 때 그는 이 비유를 인용하며 그는 아직 정상에 도달하지 않았고 정상에 도달한 후에도 충분한 준비가 갖추어진 후에야 하산을 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후 그는 부인과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하고 후진국 예방접종, 대학 연구 개발 등에 대한 지원을 늘려가고 있다. 얼마전 그 역시 자신의 은퇴 계획을 발표하고 향후 사회 사업에 전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같이 자신의 부를 사회에 기부하는 미국 사회의 전통은 미국을 건국한 청교도 정신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청교도들은 영국에서의 종교적, 신분적 핍박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왔다. 이들이 중심이 되어 미국을 건국하면서 기본 건국 이념으로 삼은 것은 종교의 자유와 사회적 신분 세습의 종식이었다. 이러한 이념은 단순한 법적 명문화 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 전반에서 면면히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높은 상속세, 표준화된 시험을 통한 선발 제도, 2차대전 참전 군인들에 대한 학비 지원제도인 GI법, 주립대학 설립, 학자금 융자제도 등의 수많은 제도들은 사회적 신분이 고착되는 것을 막고 능력에 따라 사회적 신분 상승이 가능할 수 있는 기회의 균등을 실현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청교도적 이념은 자신의 부를 사회에 기부하는 전통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코트랜드 이민자로서 독실한 장로교 신자였던 카네기가 도서관 건립에 그의 재산 대부분을 기부한 것이나 워렌 버핏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장남으로 국가대표팀을 구성할 수 없는 것처럼 상속세의 폐지는 결국 사회적 신분 세습을 용인하는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의 상속세 폐지를 강력히 반대한 것은 결코 우연이나 개인의 특이한 견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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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개인의 현재 상황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균등한 기회가 부여되어야 하며, 사회적, 계급적 신분의 고착은 허용될 수 없다는 청교도적 전통이 계속 살아 있음을 분명히 하는 예라 하겠다.
최근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거액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하였다. 자신들이 어렵게 모은 재산을 기부하기로 했음에도 차가운 반응만을 받은 이유는 금액이 적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기부가 카네기, 빌 게이츠, 워렌 버핏의 기부와 극명하게 다른 점은 두 재벌 일가의 기부는 법적인 문제에 얽혀 마지못해 준비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아무런 목적도 기부 대상도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데 있다. 두 재벌 기업의 기부는 기부 금액이 얼마인지, 누가 기부를 받아서 운용을 할 지, 어떤 목적으로 쓰일지 아무도 알지 못하고,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줄 당사자도 존재하지 않는 매우 이상한 기부이다.
우리나라 기업과 기업인들은 그동안의 경제 성장과정에서 산을 오르는데는 누구보다도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정상에 도달하고 하산을 해야하는 것이 등산의 원칙이듯이 철저히 준비를 통해 안전히 하산하여 정상 정복과 무사 귀환의 칭송과 환영을 받을 기업인이 많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