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에 다니는 아이를 둔 조합원들이 학자금 부담을 한해나마 덜게 됐습니다"
10여년 이상 역대집행부가 내걸었지만 쟁취하지 못했던 '(1년) 정년 연장'을 얻어낸 것이 노조의 가장 큰 성과라면서현대중공업(476,000원 ▲15,000 +3.25%)노동조합의 한 간부는 조합원의 살림살이부터 챙겼다.
현대중공업은 올해로 12년째 임금협상안을 분규 없이 타결했다. 1988년 128일간의 최장기간 파업, 1990년 골리앗 농성 등을 기억하는 이들이 '육해공군이 두 차례나 입체작전을 벌이며 진압에 나서야 했던 그 현대중공업이 맞냐'고 되물을 정도다.
이같은 장기간의 무분규는 '무노동 무임금' 등 회사측의 원칙 고수, 노조와의 신뢰 관계 구축 등에서 기인한다.
1993년, 1994년 노조가 파업을 벌였을 때 현대중공업은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두며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굴복하지 않았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는 단 한명도 강제로 해고하지 않으며 고용안정에 대한 믿음을 심어줬다.
이후 노조도 달라졌다. 1990년대 후반 조선업이 불황에 빠졌을 때 노조가 나서 해외 선주들을 대상으로 수주활동에 나섰다. 2001년에는 미국의 엑손모빌이 8억 달러짜리 원유 생산설비를 발주하자 당시 노조위원장이 감사의 편지를 보냈고 시간외작업까지 하며 납기를 맞췄다.
노조는 조선산업의 경기변동에 대비해 최근 조선산업 발전전략 연구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조선업 관련 연구소나 회사 기획실에서 할 법한 일을 노조가 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실리노선을 추구해 오던 노조는 2000년도에 민노총 연맹회비 납부를 중단하더니 2004년에는 아예 민노총에서 탈퇴했다. 노조원의 복지를 우선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번 정년연장으로 올해부터 2008년까지 정년퇴직이 예정됐던 2000여명의 노조원들이 당장 혜택을 보게 된다. 2001년부터 숙련된 기술인력의 퇴직이 급증해 기술공백과 단절을 우려하던 회사측도 인력과 함께 직원들의 마음을 얻게 됐다.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사용자측의 기업비전에 노조가 '투쟁과 실리와 합리를 겸비한 21세기형 선진민주노조를 열어가겠다"며 화답하고 있는 모습, 이른바 '현대중공업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