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로 몸살을 겪고 있던 때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미국으로 이민 가려고 가지고 있던 부동산을 처분하여 10억원을 달러로 환전하였다. 당시 1달러 당 1000원일 때 환전하여 100만 달러를 가지고 미국에서 투자 이민을 계획했다. 그런데 며칠 못 가서 환율이 급등하여 달러화가 1 달러당 2000원 대에 이르자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가지고 있던 달러를 다시 원화로 환전하여 무려 20억원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미국 땅을 밟아 보지도 않고 그는 며칠 사이에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셈이다. 그는 그 후 보유하고 있던 현금으로 외환위기 기간에 폭락한 부동산을 재취득하여 또 한번의 엄청난 차익을 챙기게 된다.
이러한 일들이 누구한테나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기 마련이다.
위의 경우와 정확히 정반대의 일이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최근 외환거래의 자유화로 외국에 대한 부동산 투자가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는 한국에서 몰려온 뭉칫돈들이 이른바 `묻지마` 투자 식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주택경기는 이미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래량은 급속하게 줄고 있고 실제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지역도 꽤 있다. 단 한국인이 밀집된 지역만 한국 특수로 아직 주택 붐이 식지 않고 있는데 이것도 지속되긴 어렵다. 이미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지나친 과열은 그에 이은 폭락이 도사리고 있음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부동산 불패는 한국에서나 적용되는 것이지 미국에서는 주택가격의 하락이 큰 폭으로 종종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이 또 하나 명심해야 하는 사실은 미국의 재산세가 주택가격의 1% 이상으로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수입이 있는 사람은 재산세의 대부분을 소득세 감면 등을 통해 실제로는 경감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 주 수입원이 있는 사람이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세금을 경감 받을 방법이 없다. 미국에 내는 세금이 한 푼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에 투자할 때 또 하나의 결정적인 문제는 환율 하락의 위험이다. 만약 환율이 하락하면 그것은 고스란히 손실로 직결된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로 달러가치가 앞으로 20∼30 % 이상 조정될 것으로 기대하기에 이러한 전망은 꽤 실현성이 높다. 결국 부동산 가격 하락과 환율하락에 따른 이중의 손실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1985년 프라자 합의 이후 이러한 이중의 손실을 경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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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해외부동산 취득 자유화를 최근 감행한 이유는 단연 환율 안정이 목적이다. 원화는 최근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평가절상을 거듭하고 있다. 주요 경쟁국인 일본은 상대적으로 엔화의 평가절상이 더딘 편이고, 중국은 실질적인 고정환율제로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피하고 있어서 정부당국의 우려가 깊다.
이런 와중에 묘안으로 등장한 것이 해외부동산 취득 자유화이다. 실질적으로 외국자본의 유입은 자유화되어 있던 터에 자본유출도 자유화함으로써 환율에 대한 압박을 경감시키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외국자본 유입을 자유화하는 과정에서 엄격한 규율을 게을리한 결과 우리는 외환위기라는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였다. 자본의 해외유출을 자유화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우를 다시 범하지 않도록 일정한 규율을 병행하여 무리한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환율헤지의 목적이거나, 환율헤지를 병행하는 투자가 아닌 순수한 투기성 해외투자는 최대한 자제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