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박스권 이후를 대비하면

[내일의전략]박스권 이후를 대비하면

황숙혜 기자
2006.10.13 18:25

기업 실적 발표는 이미 뚜껑이 열렸고, 북핵 사태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을 누르고 있다.

3분기 실적에 대한 평가와 함께 4분기 및 내년 전망을 토대로 투자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 시선이 분산되는 모양새다. 해외 증시가 동반 상승 흐름을 형성하며 의미있는 고점 경신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코스피지수는 이같은 추세를 형성하기에 에너지가 부족해 보인다.

찾아 보면 호재가 없지 않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57달러 선으로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 하락에 대한 우려도 덜었다. 논란이 남아있긴 하지만 글로벌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증시 분위기는 화창하지 않다. 북핵 문제가 발목을 잡은 탓도 있지만 이를 빼놓고 보더라도 강한 추세 상승을 예측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국내외 증권사의 투자 전문가의 얘기를 종합하면 시장의 단기 방향성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중장기적인 상승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그 출발점이 가까운 시일 안에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귀결된다.

전문가 3명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 국내 주가가 해외 증시에 비해 부진한 것은 최근에 불거진 북핵 문제도 있겠지만 글로벌 경기나 내수의 향방에 대해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두 가지 극단적인 움직임이 혼재돼 있다. 먼저 미래의 불확실성에 베팅하기보다 당장 확인할 수 있는 내재가치를 보고 투자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이같은 생각을 가진 투자자들은 수익성이 뒷받침되거나 자산가치가 높은 종목의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기업의 성장은 둔화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결실이 내재돼 있는 종목을 찾아 그 과실을 먹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개인적으로 이같은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경기 사이클이 확장기로 접어들었거나 향후 산업 전망이 밝은 종목에 승부를 걸겠다는 움직임도 목격된다. 대체에너지나 바이오, 환경 등 새롭게 테마를 형성하는 종목이나 반도체 관련 종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가지 흐름이 맞물리면서 대한화섬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동시에 하이닉스 급등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판단하는 것은 결국 투자자의 몫이겠지만 코스피지수 기준으로 1300선이 크게 훼손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북핵과 관련한 추가 악재가 나타나더라도 지수가 1300 근처까지 밀리면 국내외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악재가 완전히 반영되지 않아 오히려 주가가 견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기관을 중심으로 매수 자금이 대기하고 있어 악재가 나타날 때 주가 급락에 제동을 걸어줄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 증시에 비해 국내 주가 흐름이 부진하지만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소외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최근 약세장이 기회일 수 있다.

◇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연말까지는 1300~1400의 박스권을 강하게 뚫고 오르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자산주를 포함해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보다는 내년 이후 글로벌 경기의 턴어라운드를 겨냥해 향후 상승을 주도할 수 있는 종목을 채우는 전략이 유리해 보인다.

일단 주가를 끌어내릴 만한 요인들이 상당 부분 희석된 점은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하락 안정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던 악재가 희석됐고,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연착륙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강한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전고점을 넘어서는 강세 흐름을 확신하기 힘든 이유는 여전히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400에서 더 오르자니 경기 하락이 부담스럽고, 1300에서는 수급의 뒷받침으로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겠지만 그렇다고 자산주가 해답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자금이 유입되면서 수익률 게임을 벌이는 상황인 만큼 유틸리티를 포함한 자산주로만 승부를 내기는 힘들다.

시장을 좋게 보고 증권이나 IT를 살 것인지 방어주를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투자할 것인지 당장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결국 분기 실적이 향상된 종목이나 대형 펀드의 수급이 뒷받침되는 종목의 주가가 차별화된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내년 코스피지수는 1700까지 오르는 강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연착륙 논란이 마무리되면서 경기가 우상향하는 모습을 확인하게 되면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득수 슈로더투신운용 본부장= 북핵 사태로 인해 서둘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시장을 조심스럽게 보면서 매수에 소극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 이익이나 경기 등 펀더멘털이 강하게 개선될 때 매수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북핵 사태가 발생한 후 급락했던 주가가 빠르게 복원되자 이 정도면 악재를 왠만큼 반영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미국 증시가 최고치를 경신하자 이에 편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없지 않지만 여전히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북핵 문제는 물론이고 경기를 보더라도 강한 매수 요인을 찾기 힘들다. 보유 종목의 실적을 확인하면서 안정을 기해 포트폴리오를 운용하자는 방침이다.

다만, 개별 종목의 경우 분기 실적 향상에 따라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이 시각을 국내 증시에서 해외로 넓힐 필요가 있다. 중국 공상은행 상장 등 해외 이벤트에 따른 글로벌 자금 동향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지정학적 리스크나 아시아 지역 내 유독 낮은 성장률이 결국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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