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발전과정은 여러 쟁점들에 대해 첨예한 논쟁들로 점철되어 있다. 이 논쟁들은 당시의 경제, 사회문제들에서 잉태되어 자랐지만, 보편적인 경제원리를 탐구하고 정립해 나가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숙고의 대상이 된다. 19세기 초 영국의 곡물 조례를 둘러싼 리카르도와 맬더스의 지대 논쟁만 해도 우리나라 주택시장에 곧 바로 적용될 수 있는 시사점을 준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대륙으로부터의 곡물수입 길이 막히면서 영국의 곡물가격과 농지 지대는 폭등하였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곡물수입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지주계층을 중심으로 “지대가 너무 높아서 영국의 농업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수입이 개방되면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리카르도는 지대가 높아서 곡물의 가격이 높은 것이 아니라 곡물의 가격이 높기 때문에 지대가 높아지는 것이라는 이론을 폈고, 이후의 경제학자들은 이를 뒷받침하였다. 공급이 고정된 생산요소인 토지의 지대는 생산물의 가격에서 다른 비용들을 제한 잉여임을 의미한다.
곡물에 아파트 분양가를, 지대에 택지 가격을 대입하면 그때의 논쟁이 오늘날 우리 주택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파트를 짓는 개별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성립하는 토지 가격을 어쩔 수 없는 원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토지의 시장가격은 여러 잠재적인 사업자들이 나름대로의 계산으로 부터 제시하는 가격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결정된다.
사업자 나름의 계산이란 “이곳 땅을 한 평 사면 용적율 계산해서 두 평의 아파트를 지어 팔 수 있다. 인근의 유사 아파트가 평당 1000만원이니 땅 한 평에서 2000만원 매출이 난다. 건축비와 기타 경비, 적정이윤을 다 해서 분양 평당 500만원 비용을 잡으면 땅 한평에 평당 1000 만원 주어도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 식으로 진행된다.
여러 사업자들이 이런 계산들을 바탕으로 땅을 사겠다고 경쟁한 결과 토지가격이 결정된다. 개별 사업자 입장에서는 토지가격이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시장 전체적으로는 아파트 가격이 토지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최근의 고분양가 논쟁에서도 토지가격이 높아서 분양가가 높아지는 걸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변명은 애초부터 성립되지 않는 궤변이다. 아파트가 팔릴만한 가격을 예상하고 그로부터 역산해서 최대 얼마까지 지불할 것인지를 정한 결과 토지가격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은평 뉴타운도 높은 보상가를 지불할 뿐 아니라 최고급 환경을 갖추도록 구상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정도 아파트를 지으면 평당 1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분양가를 낮추도록 강요하면 사업자가 손해를 볼 것이요, 원가 공개를 해도 어차피 그 가격에서 크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다. 이미 높은 보상가를 지불했고, 단지 설계나 평면, 자재 등에서 원가가 많이 들도록 설계하였기 때문이다. 녹지를 줄이고 용적율을 높이거나 평면이나 자재에서 원가를 낮추는 등, 한마디로 아파트의 질을 떨어뜨려서 “팔릴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분양가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