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1000 안착, 질곡 있었다"

[내일의전략]"1000 안착, 질곡 있었다"

이학렬 기자
2007.04.09 17:00

지수 1500돌파…펀드환매·기업실적 등 안착 조건 '수두룩'

"부동산시장은 급락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면 누구나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걱정하는 사람이 많으면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

부동산불패(?)를 주장하는 사람의 얘기로 들리지 모르겠지만 주식시장의 전문가에게 들은 말이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려감이 지속되는 한 지수는 오를 수 있지만 우려감이 없다면 지수는 급락할 것입니다. 다행인 것은 우려감을 표시하는 사람이 아직 많다는 점입니다."

지수가 드디어 1500을 돌파했다. 1000시대가 본격화 된 지 20개월만의 일이다(지난 2005년 6월 코스피지수는 1000을 돌파한 이후 한번도 그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모두들 승리감에 도취된 상태다. 1000이 우리 증시의 한계라고 지적하면서 패배감에 젖었던 분위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1500을 넘어서자 2000, 3000도 가능할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500을 넘어 그 이상을 가기까지 우선 필요한 것은 1500선에 안착여부다. 장기저항선을 뚫었다고 하지만 저항선이 지지선으로 바뀌는 것이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김병웅 부국증권 선물옵션부 이사는 "지수가 단기간에 급락할 위험이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여기서 곧바로 증시가 1500에 안착하기는 다소 힘이 딸린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투신권의 매도로 인한 수급불균형이다. 투신은 개인들의 주식형펀드 환매에 따라 9일동안 내리 주식을 팔았다. 이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만 1조5822억원에 달한다.외국인이 제때 대규모 매수에 나서며 충격을 주지 않았지만 1500 돌파 후 투신의 매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이사는 "외국인이 확보한 배당금 등을 동원해가며 매수에 나서면서 1500을 돌파했지만 지속성을 자신하기 어렵다"며 "지수의 추가적인 급등을 겨냥하고 대응하기 부담스럽다"고 했다. 부국증권은 최근 풋매도를 늘리는 대응을 폈다고 밝혔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1500 돌파와 안착이 같은 선상에서 진행되려면 기존의 우호적인 환경 외에 추가적인 안전판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적 시즌인 만큼 오 파트장은 이번 실적발표 과정에 주목했다. 기업의 향후 실적 가이던스가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하면 1500선에서 '베이스캠프'가 형성되겠지만 1/4분기 실적이 낮아진 눈높이도 못맞추거나 향후 실적 가이던스가 기대이하라면 1500선에서 부침이 심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가는 시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변수로 △중국의 계속되는 긴축과 주가 고평가 부담 △미국 소비경기 둔화 수준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 규모 등을 제시했다.

조정을 염두에 두라는 김 이사와 오 파트장은 지수관련 대형주를 피하라는 조언을 했다.

김 이사는 "투신권의 매도는 지수관련 대형주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며 "당분간 대형주 매물을 피하는 중소형주 중심의 틈새시장이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오 파트장 역시 "후발주자를 매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대안"이라며 "기계업종에서는 LS산전, 철강업종에서는 현대제철, 건설업종에서는 현대건설, 조선업종에서는 삼성중공업 등이 시야에 들어오는 후발주자"라고 전했다.

코스피지수가 1000에 안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투자자들은 잊지 않았을 것이다. 1989년 3월말 잠시 1000포인트를 넘은 것을 제외하고 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은 적은 1994년 9월16일이 처음이다. 그러나 지수가 1000포인트에 안착한 것은 그 이후 11년이 지난 2005년이 되어서였다.

코스피지수가 1500을 돌파했다고 흥분할 필요는 없다. 짧은 미소를 지을 수는 있지만 내일(단기적인 의미가 아닌 중장기적인 의미도 가능하다)은 차가운 머리로 맞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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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렬 사회부장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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