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관리=이익 및 경쟁력 원천]<2-1>장외파생상품
"하루 하루가 전쟁입니다."
한 증권사 리스크관리팀 직원의 말이다. 그는 매일 장외파생상품 트레이더들과 '전쟁'을 치른다. 때론 전화로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매일 같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이유는 바로 '위험 관리'(RM : 리스크 매니징) 때문. 증권사 리스크관리팀은 전사 차원의 리스크를 측정, 각 팀별로 한도를 정해 준다. '감시' 역할이기 때문에 때로는 트레이더나 상품 발행담당자와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장외파생상품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증권가에는 새로운 '위험' 요인이 생겼다. 장외 파생상품 트레이더의 헤징 능력에 따라 한 순간에 수십 내지 수백억원을 날릴 수 있어서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4월말 현재 ELS 발행잔액은 22조 4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 중 10%에서 많게는 40%까지 자체적으로 헤징하고 있다. 즉 만기시 고객들에게 원리금을 지급하기 위해 2조 2000억원에서 8조 9000억원가량의 주식을 운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와 운용능력이 부족할 경우 거액의 손실에 그대로 노출되는 셈이다.
◇ 트레이더-RM, '리얼타임' 모니터링 =트레이더들은 내부 모델에 따라 매매를 한다. 모델은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최종 검토해 확정한다. 장기영 대우증권 리스크관리팀 과장은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위험 한도) 내에서 트레이더들이 얼마나 재량껏 추가 수익을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스크관리팀은 트레이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트레이더 별로 정해진 한도에 가까워질 경우 화면을 통해 위험신호를 보낸다. 정원식 한국증권 리스크관리부 차장은 "한도를 초과할 경우 리스크관리팀에서는 해당 부서장이나 트레이더에게 전화해 한도를 넘긴 이유를 묻는다"며 "원인을 분석한 뒤 한도이내에서 운용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증권사 리스크 관리팀은 리스크를 무시한채 단순 고수익을 추구하려는 트레이더의 행동을 제어하기 위해 위험조정후 성과평가(RAPM)을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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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가 예상한 수익이 1억원, 위험 비용이 2억원이라고 가정하자. 트레이더의 판단대로 1억원의 수익이 나더라도 위험 비용을 빼면 -1억원이기 때문에 실제 발생한 1억원의 수익을 트레이더의 성과로 산정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성과급도 없는 셈이다.

◇ 변동성을 예측하라 =리스크 관리를 위해 중요한 것은 '시장 변동성'을 얼마나 잘 예측하느냐다. 변동성에 따라 상품 가격, 헤징 모델 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변동성 하락을 예측하지 못해 큰 손실을 입은 증권사가 많았다.
특히 특정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 대거 발행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지난해 조기상환형 ELS의 '단골 메뉴'였던 삼성물산은 주가가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는 헤지가 늘어 주가가 제자리 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 증권사 입장에선 헤지비용이 늘어 손실이 늘어난 셈이다.
변동성을 예측하기 위해선 '기준'이 필요하다. 증권사마다 변동성을 계산하는 기준을 정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에선 관련 용어정의부터 변동성 위험률 등의 기준을 정한 지침서를 만들고 지난달부터 적용하고 있다. 1년간 준비한 내용이다.
원강희 우리투자증권 리스크관리팀 차장은 "델타 감마 세타 로 등 민감도와 변동성 지표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상품 가격부터 손실 규모까지 달라질 수 있다"며 "회계년도를 정해 영업 손익을 계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변동성' 때문에 ELS와 ELW가 위험을 서로 보완하는 면도 있다. ELS는 변동성이 클 수록, 반대로 ELW는 변동성이 작을 수록 (증권사 입장에서)수익을 늘릴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모가 커질 수록 서로 헤지 비용이 덜 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 '이공계' 인재를 확보하라 =리스크관리팀 직원들은 매일 복잡한 금융수학과 씨름한다. 새로운 형태의 파생상품들을 끊임없이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성하 미래에셋증권 장외파생운용본부 부장은 "닛케이225, 유로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나오는가 하면 도쿄리츠지수(TSE), 환율, 금값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가 쏟아진다"며 "새로운 일의 연속이라 공부해야할 양이 '무한대'"라고 밝혔다.
'위험'을 따지기 위해선 상품구조, 발행가격, 시장변수를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리스크 관리에 '이공계' 인재들이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증권은 리스크관리팀 11명중 절반 이상이 이공계 전공자다. 대우증권 리스크관리팀도 5명의 금융공학자를 채용했다. 금융수학 박사과정을 마친 이상헌 우리투자증권 리스크관리팀 과장은 "몇년 전만 해도 증권가에서 이공계 채용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며 "최근 2~3년간 파생상품 시장 성장과 함께 수학 물리학 등 이공계 전공자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외국계 증권사도 '등급' 매겨 거래=일반적으로 증권사는 ELS 전체 발행량의 70~90%를 외국계 증권사에서 사온다. 또 해외지수, 원자재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는 대부분을 외국계 증권사에서 헤지한다. 이를 '백투백헤지'라고 한다.
외국계 증권사가 헤징하는 상품 되파는 형식이기 때문에 국내 증권사가 매매에 따른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 다만 거래하는 외국계 증권사의 '신용 리스크'가 따른다. 약속한 수익을 지급할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증권사는 거래할 증권사의 신용등급을 매기고 그 등급에 따라 거래 한도를 정한다. 보통 S&P와 무디스가 부여한 신용등급 중 낮은 등급을 택한다. 대우증권의 경우 자사 신용등급(한기평 기준 AA-) 이상인 회사로 거래대상을 제한한다.
등급을 매긴 뒤 회사마다 자체 기준에 따라 거래량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AAA'등급은 4000억원, 'AA'등급은 3000억원, 'A'등급은 1500억원인 식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주로 거래하는 대상은 골드만삭스, UBS, JP모간 등이다.
반면 자체 헤징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증권사 신용등급 상향은 필수. ELS 만기시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확실히 지급할 수 있다는 능력(신용등급)은 장외파생상품 영업의 핵심 경쟁력. 우리투자증권은 지난달 22일 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사로부터 국내 증권사중 최고인 BBB+등급을 받은 것도 이같은 노력의 결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