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발행 크게 줄고 채권ㆍ차입금 위주 조달
설비투자 확대와 수익성 하락으로 기업들의 자금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부족한 자금을 주로 회사채와 금융기관 차입금 등 `빚`을 통해 메우는 등 외환위기 이후 사라졌던 `차입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자금순환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업부문의 자금조달 규모는 43조595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이후 4분기 연속 40조원 이상의 외부자금을 끌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분기 49조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기업 자금조달액은 내수경기가 극도의 침체에 빠졌던 2003~2004년 분기당 20조원을 밑돌기 일쑤였고 2005년까지만 해도 20조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해 1분기 이후 기업 설비투자가 살아나고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40조원대로 대폭 확대됐다.
특히 올해 1분기 순자금조달(자금부족액)은 지난해 4분기 11조원대에서 배 이상 대폭 늘어난 24조2318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자금조달액이 지난해 4분기보다 약간 감소했지만 금융상품에 투자하던 여유자금은 더욱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행태도 과거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외환위기 이후 부채축소에 주력하던 것과 달리 빚내기에 더이상 주저하지 않고 있다. 부채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매우 낮은 수준이고 주식발행으로 인한 배당금 부담이 커진 반면 과거와는 달리 저금리로 조달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채권(기업어음 포함)과 대출금을 통한 외부 조달액은 30조1255억원에 달해 지난해 4분기보다 5조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규모인 지난해 2분기 36조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주식(유한회사 등 출자지분 포함)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기자본은 1조5463억원에 그쳤다. 롯데쇼핑 상장이 있었던 지난해 1분기 13조원은 물론, 지난해 3분기 11조원, 4분기 5조원 등과 비교해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한국은행이 통계편제 기준을 바꾼 이후 파악한 2003년 1분기 이후 최소규모다.
중소기업대출 급증 영향으로 대출금이 16조4748억원 증가해 외부자금 조달중 가장 비중이 높았다. 수익성이 저하된 중소기업들이 운영자금의 대부분을 은행에서 빌린 탓으로 여겨진다.
가장 크게 늘어난 것은 기업어음(CP)으로 9조871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 4조5000억원대의 2배를 넘는 수준이고, 지난해 1분기 3조6000억원에 비해서도 대폭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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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상당부분은 부동산관련 공기업들이 토지매입 자금 등을 일시적으로 어음발행을 통해 마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해말 부채관리를 위해 상환했던 어음을 기업들이 재발행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회사채는 3조5033억원이 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2조6520억원보다는 9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은행 사모사채 인수가 올들어 사실상 정체되면서 지난해 2분기 10조원에 비해서는 크게 줄었다.
한편 주택담보대출이 올들어 크게 둔화되면서 개인부문의 자금잉여는 17조5000억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전분기 4조5000억원 정도에서 13조원이나 증가했다.
특히 예금취급기관을 통한 차입은 29조원에서 3조6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김영헌 한국은행 자금순환반장은 "부동산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개인이 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규모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개인의 자금운용 규모는 38조8000억원 수준에서 26조6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해 조달에 비해 감소폭이 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