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제도개편·실탄 3가지 요인… "연말 환율 오를 것" 장담
5일 오후 과천 정부청사. 외환당국의 표정에는 희색이 완연했다. 7월초 '환율 전투'에서 역전승을 거둔 자의 자신감이었다.
지난 2~3일 이틀 연속 연저점을 깨며 918원으로 추락한 원/달러 환율을 이틀만에 922원으로 되올려 놨으니 그럴 만도 하다. 모처럼의 구두개입(3일)도 4~5일 환율 반등으로 빛을 봤다.
향후 환율에 대해서도 당국은 자신감이 넘친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나중에 두고보면 알 것"이라고 했다.
"올해말 원/달러 환율은 지금보다 높을 것이라는 쪽에 걸겠다"(김성진 재경부 차관보, 5월10일 정례브리핑)는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당국의 착각인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자신감에는 다 이유가 있다. "실질실효 환율을 기준으로 원화는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따위의 교과서적인 얘기가 아니다.
이유는 따로 있다. 크게 보면 3가지다.
첫째 달러 수급이다. 당국은 '달러 공급우위' 시장이라는 표현에 고개를 젓는다. '공급우위'가 아니라는 얘기다.
김 차관보는 5일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외화 수급요인으로 보면 국제수지 흑자 규모가 줄고 있고, 해외투자도 활성화되고 있다"며 "작년과 같은 외화 과잉공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역외매도 탓에 환율이 떨어졌을 뿐 서울외환시장만 놓고보면 달러가 넘치는게 아니라는게 당국의 판단이다. 당국이 최근 구두개입에서 "외국인의 계속된 주식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역외에서 달러 매도가 이어지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바꿔 말하면 역외매도만 없다면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순매도에 나설 경우 환율이 훌쩍 뛰어오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두번째는 '외환제도 개편'이다. 지금은 당국이 '히든 카드'로만 쥐고 있는 패다. 특히 이 카드의 정체에 대해 당국은 철저히 함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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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필요한 순간이 오면 언제든 책상 서랍에서 '환율대책'을 꺼낼 수 있다는게 당국의 태도다. 시장 기능을 최대한 존중하려고 노력하겠지만,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내놓을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현재 재경부가 검토 중인 '외국계은행 해외차입금 손비인정 한도 축소' 방안의 경우 환율대책보다는 세제정책의 성격이 짙다. 만약 환율대책이 나온다면 강도는 이 이상일 공산이 크다.
마지막 이유는 '실탄'이다. 재경부 고위 당국자는 "외환시장 개입 재원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며 "(개입 재원에) 제한이 없다고 생각해도 된다"고 했다. 재경부와 한국은행 간 외환 관련 협조가 원활해진 영향이 크다.
그러나 히든카드의 뒷면, 그리고 자신감 만으로는 시장에 확신을 주지 못한다. 그동안 환율과 반대로 움직여온 주식시장이 다시 고공행진을 펼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다.
"두고봐라. 환율, 2007년에는 오른다" 지난해부터 반복된 당국의 희망섞인 '주장'에도 슬슬 이골이 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