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안전보단 수익"… 증시 눈 돌려

은행 "안전보단 수익"… 증시 눈 돌려

오승주 기자
2007.07.13 09:03

'투자 신천지' 찾아나선 큰 손<4> 증시로 눈 돌리는 은행

은행권이 달라지고 있다.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올들어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그동안 채권중심 운영을 탈피해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주식에 대한 직접투자 비중을 높이는 등 다양한 수익원 창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동안 대출과 채권 위주 운영에 주력한 은행들은 금융환경의 변화에 동참하면서 공격적인 자세로 적극 전환하는 모습이다.

◇은행 주식투자 아직 미미=12일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은행(시중은행 7개, 지방은행 6개)의 올해 1/4분기 기준 전체 자산 규모는 894조881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은행들은 원화대출에 자산의 절반이 넘는 520조3560억원(58.15%)을 집중시키고 있다.

유가증권 부문에서는 주식투자에 사용되는 금액으로 추정되는 단기매매증권 계정이 13조7457억원(1.54%)에 불과하다.

주식보유금액은 올해 3월말 기준으로 4조9881억원에 그친다. 반면 국채(5조7253억원)와 금융채(6조7241억원), 지방채(1459억원) 등 채권에 투자한 금액은 18조8516억원에 달하고 있다. 채권 투자금액이 주식보유액에 비해 3.8배 가까이 많다.

수익면에서도 대출 이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다. 올해 1/4분기 일반은행권의 이자수익은 12조63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대출채권이자가 10조9165억원으로 전체 이자수익의 86.4%를 차지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대출 등을 통해 수익을 거두는 것이다.

◇변화 시도=은행권이 대출에 집중해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올 들어서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주식시장의 상승세와 증권사 등이 내놓는 각종 자산관리계좌(CMA)가 인기를 모으며 은행권으로 자금 유입이 감소되면서 증시에 대한 직접투자 확대가 이뤄지는 것이다. 은행별로 주식투자 한도를 크게 늘리고 수익 다변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하나은행 최영권 증권운용부 차장은 "지난해 말에는 올해 증시를 그리 좋지 않게 전망했지만 상승세가 거듭되면서 전략이 수정됐다"며 "특히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돌파하면서 각 은행들 마다 주식투자와 수익증권에 대한 비중을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당초 시중 대형은행별로 몇 백억원 수준에 불과한 주식투자금액이 증시의 오름세로 최대 수천억원까지 증가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최 차장은 "채권과 대출에 몰린 은행권의 수익 구조가 금융환경 변화에 발맞춰 주식 쪽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증시가 과거와 다른 재평가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은행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 은행권의 단기매매증권 금액은 지난해 1/4분기 9조6564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는 13조7457억원으로 4조893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직접 주식투자에 사용되는 금액은 10조원 가량으로 은행업계는 추산한다.

은행들은 연초부터 채권비중을 줄이고 주식 30%, 채권 70%의 혼합형펀드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불과 몇 년전 주식과 채권의 비율이 10%대 90%인 점을 감안하면 '놀랄만한 변신'이라는 게 업계의 한 관계자 해석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단기매매증권 계정 금액이 2조5000억원에서 올해 1/4분기에는 5조240억원으로 3달 사이에 2배 이상 급증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말 4896억원에서 올해 1/4분기에는 1조57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5900억원에서 6400억원으로 500억원 늘어났다. 농협도 9454억원에서 1조5090억원으로 5600억원 불어났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전체 자산 규모 200조원과 157조에 비해 단기매매증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2.5%와 1.0%에 불과하지만 향후 비중을 늘려나갈 기미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농협이 비교적 주식투자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격적 투자 동참=NH투자증권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들은 자금 유입이 줄어들면서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를 통해 순이자마진(NIM)이 감소하는 환경을 극복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은행들은 현재 비이자이익 비중이 40%를 웃도는 미국 은행들에 비해 낮은 16~17%대를 유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국내 은행들도 시중 자금 흐름의 변화로 장기적인 NIM 하락 추세를 피할 수 없으며 향후 미국은행 수준의 비이자이익을 가지는 구도로 바꿔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의 NIM은 2005년 1/4분기만 해도 2.0%를 웃돌았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올해 1/4분기에는 1.5%수준으로 하락했다. 2006년 은행간 대출 증대 과정에서 우대금리 적용 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출 금리는 상승이 제한된 반면 특판예금 등 수신 측면의 경쟁 요소는 수신금리 오름폭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최근 주식 시장 호황으로 인한 적립식펀드와 CMA로 자금 이동이 계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은행권 수신 상품으로 자금 유입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이자 이익의 감소세를 최소화하면서 공격적인 투자에 동참, 이익 확대를 추구할 것이라고 NH투자증권은 내다보고 있다.

주변을 둘러싼 환경도 우호적이다. 글로벌 증시와 국내 증시의 흐름이 추세적으로 오름세를 타고 있는데다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급도 풍부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적인 금리 인하로 채권수익률이 저조해지면서 은행권의 이자를 통한 수익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은행 내부의 변화도 긍정적이다. 과거에는 안정성만을 강조했지만 ‘위험없는 고수익은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은행 트레이딩부 안재완 부장은 "주식 비중에 맞춰 소유 자산을 적절히 균형있게 분산시켜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수익과 안정성의 '두마리 토끼를 좇는 투자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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