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기 KB자산운용 대표 "재평가 과정…속도 빠르지 않다"

이원기 KB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증시에서 손꼽히는 대표적인 강세론자다. 코스피지수가 700을 힘없이 맴돌 때에도 주저없이 1000을 넘어설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를 두고 '1000 돌파'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코스피지수가 전인미답의 2000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약세장에서 줄곧 따라붙던 그의 꼬리표가 사라졌다.
이원기 대표는 17일 증시가 과열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과열이란 의미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다르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는 '과열'을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의미로 말한다면 일부 동의하지만 펀더멘털에 비해 '과열'이라고 본다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는 그동안 지겹도록 저평가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이제서야 재평가를 받는데 과열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경제규모와 기업이익 등을 감안해 당시 코스피지수 1000을 외칠 때도 맘속으론 2000을 염두에 뒀다"며 "단기간 급하게 올랐다고 하지만 시장의 생리는 상승하거나 하락할 때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 현 시점을 속도로만 놓고 과열로 단정지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증시 상승을 이끈 원인으로 지목되는 '유동성'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상황이 나쁘고 기업 이익이 좋지 않은데 돈이 흘러들어와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면서 "돈을 투자해 이익을 얻을 곳으로 움직이기 마련인데, 현 경제상황과 기업의 성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동성은 상승탄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우수한 회사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증시에 젊은 '피'를 수혈, 상승세에 불을 당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생명보험사의 상장 뿐 아니라 우량기업들이 증시 상장을 서두르면서 증시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며 "조선·기계처럼 사양산업으로만 여겨졌던 기업들도 중국·중동 특수에 따라 새롭게 부각되듯 새로운 환경에 각광받을 주식들이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소비행태와 삶의 변화 뿐 아니라 친환경 기업 등 변화의 조류속에서 수혜를 받을 종목을 골라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펀드 투자자들에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대표는 "펀드에 가입하고 1년 이상 참고 기다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투자자들에게 펀드 투자를 권하면 '좌불안석'해야 하는 고통만 준다"면서 "부동산에 투자할때처럼 몇 년간 자금을 묵혀둘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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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금리 인상 초기 국면에선 긴축 정책이 '경기호전'이란 긍정적 신호로 해석돼 증시엔 호재라고 말했다. 따라서 최근처럼 금리 인상이 시작된 상황에선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금리 부담이 점차 가중되는 반면 주식에 투자한 경우 수익이 증가하는 현상이 지속된다고 봤다.
이 대표는 "개인들의 금융자산은 1200조원이고 금융부채가 600조~700조원이므로 금리가 올라도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자소득분이 부채를 능가하므로 소비여력이 축소되지 않는다"며 "과거 부동산처럼 펀드를 포함한 금융자산의 유무에 따라 '부익부빈익빈'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법도 제시했다. 증시 전망에 비춰보면 이자비용보다 주식 투자로 인한 기대수익이 높기 때문에 금융부채를 짊어지고 펀드에 투자하는 편이 낫고, 증시가 하락할 시점에선 펀드로 얻은 수익을 보태 부채를 갚아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 증시 상승을 자신있게 외쳤던만큼 기대수익보다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되면 가장 먼저 비관론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매듭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