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유독 정체되는 이유

원/달러 유독 정체되는 이유

홍재문 기자
2008.01.16 11:06

주가급락과 엔화강세에도 환율상승 제한적..약달러 상황

주가 급락과 엔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원/달러환율이 정체·횡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일 추락하는 코스피지수가 1700선까지 위협하고 엔/달러환율이 106.6엔으로 추락하면서 2005년 6월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원/달러환율은 930원 중후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서브프라임 위기가 발발했던 지난해 8월 중순 원/달러환율이 952.3원까지 치솟으면서 2007년 연고점을 경신했던 것과는 판이하다.

당시 코스피지수가 1626까지 추락했고 엔/달러환율은 112엔으로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 1700선이 붕괴되지는 않았지만 엔/달러환율은 그때보다 6엔이나 더 떨어졌음에도 원/엔환율 급등만 초래됐을 뿐이다. 지난해 8월 855원까지 급등했던 원/엔환율은 현재 880원까지 추가상승했다.

말하자면 주가 급락과 엔강세를 원/엔환율 상승으로만 반영할 뿐 원/달러는 무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약달러 현상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이미 금리를 1%p 내린 상태에서 향후 추가로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예상하기 때문에 미달러 약세를 대세로 확신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싱가포르달러환율은 지난해 8월중순 1.54달러였던 것이 현재 1.43달러로 하락했다. 대마달러환율은 33.0에서 32.0으로 떨어졌다.

싱가포르와 대만 증시가 모두 하락했지만 이들 국가의 환율은 하락세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원/달러환율은 오히려 낙폭이 미미한 셈이다.

상품(commodity) 가격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세계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을 때는 승승장구하던 주가가 일순간에 급락세로 돌변하면서 이머징마켓으로까지 불안감이 전이됐지만 현재는 미국의 경기 둔화 또는 침체가 전세계, 특히 아시아권으로 전염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인도와 중국 선전 주가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것이 이같은 디커플링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증시 급락세가 펀더멘털과 달리 심리적으로 과도한 불안감에 휩쌓여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브프라임 부실채권 처리에 허덕이는 씨티은행과 메릴린치 악재가 나올만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미증시 급락세가 멈추지 않는 것이 숏셀링 세력이 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변동성(VIX)이 25%에 불과한 상태이고 리보금리 또한 콜금리를 하회하는 등 은행권 유동성 문제가 해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분기 실적 악화만을 이유로 주식매도에 나서는 것은 펀더멘털과 상치되는 투기적인 요소라는 얘기다.

미국 4분기 S&P500 기업의 어닝은 -10%선이 예상된다. 그러나 부실에 쌓여있는 은행권을 제외하면 +10%의 실적도 가능하다는 것이 분석가들의 전망이다.

더우기 5∼6%로 예상하는 올해 1∼2분기 실적 후에는 24%(3분기), 36%(4분기)의 실적 호전이 기다리고 있다.

말하자면 심리와 센티먼트가 최악의 상황에서 주식투기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숏셀링 세력이 한껏 위력을 떨치고 있지만 4분기 실적발표를 기점으로 주가는 다시 상승세를 구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올해 증시전망을 '上低下高'로 예상하는 게 이러한 실적 전망에 기초하고 있다.

미국 금리인하 행진에 따른 금리차 확대로 미달러화가 다른 국가의 통화에 비해 약세로 치닫는 것이 대세이고, 증시 붕괴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원화가 굳이 약세를 보일 이유는 없다.

미국 경기침체가 이머징마켓까지 늪에 빠지게 하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약달러 상황을 이겨내면서까지 원/달러환율이 상승세를 나타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

국내 수급도 환율 정체에 일조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비록 지난해까지 매도헤지 일변도이던 수출업체의 태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환율상승시 여전히 매물 압박을 피할 수는 없다.

반면 900원 초반대는 저가매수 기회로 인식되고 있고 경기 전망도 지난해까지보다는 다소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추세상승도 추세하락도 어려운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과연 금리인하에 따른 약달러 환경을 벗어나면서까지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치달을 것인지가 원/달러를 보는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면서 "설사 미국이 침체에 빠지더라도 아시아 및 이머징마켓까지 영향을 받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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