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와 정서상 매우 가깝다는 이탈리아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3번째 총리에 취임한다.
언론, 금융을 아우르는 재벌기업인이자 프로축구팀 AC밀란까지 소유하고 있는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내 최고의 친기업형 정치인으로 꼽힌다. 뇌물수수, 탈세 등 부패혐의로 재판받은 그가 물러난지 2년만에 화려한 재기를 한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다.
그의 재등극을 알리는 첫 신호탄은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나폴리에서 울려 나왔다. 나폴리가 위치한 남부지역은 농업지대로서 전통적인 좌파 터밭이다. 반대로 북부 공업지대는 우파지역이다.
눈부신 햇살과 곤돌라 사공의 '산타루치아' 노랫소리가 가득해야 할 나폴리에서 선거를 앞두고 넘쳐난 것은 쓰레기였다. 마피아의 큰 이권이던 청소수거작업을 대행하던 업체들의 파업에 지방 정부는 속수무책인채 TV 등 언론에는 거리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와 코를 막는 관광객들 모습만이 가득 나왔다.
사태의 압권은 다이옥신 모짜렐라치즈 파동이다. 나폴리 명산인 모짜렐라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되며 한국, 일본 등이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고 농가 수입들은 30%이상 감소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모짜렐라 치즈 파동은 나폴리 지역민 뿐 아니라 이탈리아인 전체의 공감을 부르며 분노를 극에 달하게했다.
언론들은 불법투기된 쓰레기더미에서 다이옥신이 유출됐다는 추적 보도등 연일 모짜렐라 사태를 톱으로 올렸다. 분노한 남부 민심의 이반은 이미 선거의 결과를 말해주었다.
여기에 겹친 알리탈리아 항공 사태는 '피니시 블로우' 격이다. 국적기인 알리탈리아항공이 외국 항공사에 팔리든지 문을 닫든지 해야할 판이라는 뉴스는 격정적인 이탈리아인들의 애국심에 불을 질렀다. 프로디 좌파연합은 이렇다할 실정도 없고 의회 재신임 투표에서도 살아남았으나 결국 분노한 여론의 마지막 벽 앞에 무릎을 끓고 말았다.
베를루스코니는 '회전문 선거'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중앙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탈리아 국민들이 돌아온 베를루스코니 차기 총리에게 거는 기대는 한결같다. 축구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럽권내에서 몇년째 정체 양상을 보이는 경제의 진작을 확실히 가져올 선정을 펼쳐달라는 요구뿐이다. 어쩜 우리네 소박한 바람과 똑같은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