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상황 간주' 한은 개입가능, 지원 늘리려면 한은법 개정해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근 벼랑 끝에 선 AIG에 85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한 것을 계기로 금융위기시 중앙은행의 역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FRB의 보폭은 올들어 크게 넓어졌다. 지난 3월 베어스턴스가 JP모간체이스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베어스턴스가 보유하고 있던 29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떠안아줬다. 최근 AIG에 850억달러 규모의 브리지론을 지원하는 대신 AIG 지분 79.9%와 자회사를 포함한 모든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잡았다.

매우 이례적인 개입을 놓고 FRB의 역할이 가격안정을 위한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에서 시장 구제의 '최종투자자'(invester of last resort)로 변모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FRB가 다양한 비상수단을 마련해놓지 않았다면 신용경색 사태가 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증폭됐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정작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FRB를 벤치마크하려고 해도 역부족인 형편이다. 긴급대출 외에는 구제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 비상상황이라고 판단될 경우에만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금융기관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더구나 AIG와 같이 비은행의 경우 한은이 손댈 여지는 좁아진다. 한은법상 인정된 금융기관에만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데 해당 금융기관은 은행에 국한된다. 일반 은행을 통해 증권 보험사 등을 우회적으로 지원할 수 있지만 최근 위기처럼 급박하거나 엄청난 규모인 경우 효과를 내기 어렵다.
이에 따라 한은 내부에서도 유사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금융위기를 교훈삼아 한은법을 개정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을 제대로 지켜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한은은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정보를 직접 얻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법에 인정된 금융기관이 '은행'으로 제한된 탓에 한은이 공식적으로 입수할 수 있는 자료는 은행에 국한돼 있다. 그것도 금융감독원을 통해 걸러진 자료만 받게 된다는 것이 한은의 아쉬움이다. 은행에 대한 단독검사권도 없다. 금감원에 공동검사를 요청할 수 있지만 거절할 경우 방법이 없다. 보험 증권 등 2금융권에 대한 정보는 아예 막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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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미국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쓰러진 것은 감독당국 및 중앙은행이 제대로 된 정보를 갖지 못한 탓이 크다"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투자은행들의 급격한 팽창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FRB는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