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미디어렙 시대, 광고업계 지형 바꾼다

민영 미디어렙 시대, 광고업계 지형 바꾼다

김유림 기자
2008.11.28 11:00

이르면 내년부터 시장 자율경쟁 체제로..제일기획 수혜 기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방송 광고 판매대행 독점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으면서 민영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 설립이 가시권으로 들어오자 관련 업계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코바코와 지역 방송사, 종교 방송사 등은 방송사와 대기업에만 이득이 되고 방송의 공영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반면, 방송사와 광고주(대기업), 광고대행업체들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현재 코바코가 37개 지상파 방송사의 방송 광고를 광고주에게 직접 판매하던 체제가 방송사별로 광고를 수주하는 시장 경쟁 체제로 재편된다.

헌재는 내년 12월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부터 민영 미디어렙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 선진화를 통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 방안'까지 마련해 내년 12월까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 광고시장 완전 경쟁 체제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았지만 어떤 형식의 민영 미디어렙을 설립할 지 등은 법을 개정해봐야 안다.

업계에서는 코바코를 남겨 두고 복수의 민영 미디어렙 설립을 허가하는 안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 경우 코바코는 공영 방송인 KBS나 지역 방송, 종교 방송 등의 광고 판매 대행을 하는 것으로 존속할 수 있다. 반면 MBC와 SBS 등은 민영 미디어렙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에는 더 비싸게 광고를 팔 수 있는 만큼 광고 수익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광고주들도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인기 프로그램의 광고단가가 올라가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원하는 방송사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하고 있다.

광고주협회는 발표 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로 우리나라도 광고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를 맞게 됐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방송사의 광고판매권과 광고주의 광고집행 자율성이 보장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 '신의 직장' 코바코 조직 축소 불가피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10월 발표한 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서 이미 민영 미디어렙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코바코의 반발을 샀었다.

여기에다 헌재까지 헌법과 맞지 않는다고 판결해 코바코는 더 이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된다 해도 코바코를 당장 없애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큰 틀이 경쟁 시장으로 바뀐 만큼 장기적으로는 해체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광고 대행 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 방송과 종교 방송은 스스로 광고 영업을 한다 해도 광고 단가 협상을 잘 못하기 때문에 코바코가 이들의 광고 판매 대행을 하는 방법으로 당분간 조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광고주·대행업계는 환영

기업들이 중심인 광고주와 이를 대행해주는 광고 대행 업체들은 자율 경쟁 체제로의 변화가 세계적인 흐름과도 부합한다며 환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방송사가 모두 공영인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미국와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 대부분이 복수의 미디어렙 체제를 두고 있다.

하지만 광고주와 대행업계가 모두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 체제로 가면 대기업과 점유율 상위 광고 대행 업체들이 물량 공세로 주요 광고 시간대를 점령해 양극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광고대행 업체 한 관계자는 "민영 미디어렙 시대가 열리면 대기업 광고 물량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광고 대행 업체들이 가장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의 손윤경 애널리스트는 "풍부한 광고주를 바탕으로 미디어 구매에서 주요 시간대를 충분히 확보하고 이를 이점으로 신규 광고주 개발에도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제일기획을 수혜주로 지목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1.5%였던 제일기획의 광고 점유율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수주 능력이 낮은 광고 대행 업체와 광고 집행금이 적은 기업들은 광고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 학계, 지방·종교 방송사들은 반발

민영 미디어랩 도입으로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방송의 공공성 저하와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이 겪을 경영난 등이다.

평화방송과 CBS, 불교방송, 원음방송 등 종교 방송사와 19개 지역MBC 노동조합, 8개 지역민영방송, 한국방송광고공사 노동조합 등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시장과 기업의 논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방송 공영성 저해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종교 방송의 반발에 대해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지난 9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종교방송이 지금은 너무 편하게 경영을 하고 있다. 앞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력해야 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광고 전문가들도 코바코는 광고주와 방송사의 직거래를 막아 프로그램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순기능을 인정하고 있다.

CBS 노동조합측은 "종교방송이 정부와 광고주의 눈치만 보게 돼 언론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고 방송의 공정성과 다양성이 사라지면 시사나 다큐 등의 유익한 프로그램은 죽고 오락성과 선정성이 짙은 프로그램만 살아남게 된다"고 반박했다.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코바코의 광고요금 조절 기능은 지상파방송 3사의 독과점적 지위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윤을 다른 방송매체에 전이해 해당 매체의 생존을 보장하는 공공적 조절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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