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생보업계]대형사 시장지배력 강화 vs 외국계·중소형사 침체
이 기사는 12월03일(13:32)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전대미문의 금융위기가 자산규모 300조원을 웃도는 국내 생명보험 시장의 지도를 바꿔 놓을 전망이다. 외국계와 중소형사에 수년간 시장을 잠식당하던 '빅3'의 본격적인 반격이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생명보험 시장에서 변화의 주역은 삼성·대한·교보생명 등 소위 '빅3'가 아니었다. 자본력과 해외시장의 명성을 앞세운 외국계가 강력한 도전을 해왔고 중소형사들은 변액보험을 통해 틈새를 파고들었다.
올 상반기(4~9월) 대형사들의 시장점유율은 54.1%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p 축소됐다. 반면 외국계와 중소형사는 각각 21.8%(0.5%p증가), 24.1%(2.7%p 증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외국계와 중소형사들의 성장은 갑작스레 불어 닥친 금융위기에 제동이 걸렸다. 당연히 국내 생명보험 시장의 구도도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금융위기는 생명보험업계 전반에 타격을 입혔다. 지난해 상반기 5.8%에 이르던 운용자산이익률(운용자산 대비 투자손익비율)은 5.3%로 떨어졌다. 특히 AIG, 알리안츠 등 대표적인 외국계 생보사를 포함한 7개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보험사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도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알리안츠, 교보, 미래에셋, 동양, PCA, ING, 하나HSBC, KB, AIG 등 9개사의 지급여력비율은 150%미만으로 추락했다. 지급여력비율이 150%를 밑돌면 신규사업 추진시 각종 제한을 받게 된다. 최근 금감원은 이들 생보사에 지급여력비율을 올리라고 권고했다.
건전성의 하락은 보험가입자들의 이탈을 불러왔다. 상반기 해약효력상실 계약건수는 전년동기에 비해 40만5787건 증가한 385만2099건을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저축보험과 투자목적의 변액보험을 중심으로 보험해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IMF 당시에도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보다는 노후저축성 보험 등 투자목적의 생존형 보험상품의 해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외국계 생보사다. 이들의 국내시장 공략에는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모기업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데다 국내에서도 지급여력비율이 급락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과감한 사업비 투자를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급여력비율 급락으로 자본확충이 당장 시급한 과제다.
독자들의 PICK!
중소형사들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성장엔진 역할을 해온 저축성 보험과 변액보험이 매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의 경우 수익률이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 수익률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수익률 저하를 항의하는 고객도 날로 늘고 있다.
중소형 생보사의 한 임원은 "한때 효자노릇을 한 변액보험 때문에 신규영업이 힘들다"며 "요즘은 신규영업 활동보다 변액보험 수익률 저하에 대한 고객불만 처리업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사의 경우 최근 수년동안 보수적인 영업으로 외국계와 중소형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빅3 체제는 무너질 것이란 극단적인 예상도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수세에 몰려 있던 국내 대형사들에게 금융위기는 전화위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영업의 생명인 '안정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의 도전은 한결 가뿐해질 것으로 보이고 아무래도 국내 중소형사보다는 충격 흡수 능력이 뛰어나다.
보험사 갈아타기도 이미 진행형이다.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받은 외국계 보험사에서 이탈해 국내 대형사로 이전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AIG문제가 크게 불거진 지난 9월 이후 이 같은 양상은 더욱 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