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도 주춤…그룹전체 위기감 팽배
"1938년 작은 씨앗을 뿌렸습니다. 그 씨앗은 71년간 많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큰 나무로 성장해왔습니다."
20일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본관 다목적홀에서 열린 삼성그룹의 모태삼성물산창립 71주년 행사장. 기념 영상물의 나레이션이 이어지는 동안 1938 년 대구 인교동의 4층짜리 '삼성상회'가 흑백사진으로 소개됐다.
'작은 씨앗'은 71년후 한국 기업 시가총액과 수출의 각 20%를 넘는 50여개의 계열사로 자라났다. 매출 160조원, 25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국내 최대 기업군이 됐다.
이날 창립행사는 삼성물산의 상사와 건설부문 개별기업 행사로 의미를 제한한 채 치러졌다. 그동안 '삼성그룹의 생일날'로 기념됐던 이날이 지난해 7월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룹 경영을 대신해 계열사별 독립 경영 체제로 전환 이후 '삼성물산 창립일'이 됐다. 그룹 경영을 포기한 마당에 그룹 창립 행사를 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삼성이 그룹경영 해체 이후 '독립경영'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와중에 글로벌 위기가 동시에 몰아치면서 거함 삼성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그룹의 중심축이었던삼성전자(186,200원 ▲7,800 +4.37%)가 지난 4분기에 적자로 돌아서고, 올 1분기에도 적자 우려가 심해지고 있다. 선장이 빠진 삼성호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지 그룹 전체의 위기감도 팽배하다.
이건희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대주주로서 삼성에 대한 걱정의 고리를 놓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쇠약해진 건강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일 전용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수십 년간 알고 지냈던 일본 경제계의 지인들과 신춘인사를 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현안들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림프종수종 수술의 후유증과 2007년 10월부터 3년간 이어지고 있는 삼성사건 등으로 약해진 건강으로 일정보다 하루 일찍 귀국,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감기로 인한 기관지염이라고 삼성 측은 밝히고 있으나 약해진 건강과 심리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선대 이병철 회장에 이어 71년간 키워온 삼성이 위기를 맞았으나 손도 못쓰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건강 쇠약에 한 몫 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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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대 삼성물산 부회장은 창립 기념사에서 선후배 임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한편 창립 71주년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