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샘플 판매금지, 달갑지 않은 이유

화장품 샘플 판매금지, 달갑지 않은 이유

김희정 기자
2009.04.22 08:58

[쇼핑 인사이드]소용량 제품 등 구매 선택 권리 줘야

"방문판매원들도 돈 주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요. 판매 실적이 나쁘면 돈 주고도 양껏 못 사죠." (전직 아모레퍼시픽 카운셀러)

덤으로 주는 샘플이 인터넷에서 유료로 팔린다는 건 소비자도 제조사도 아는 현실. 화장품 샘플 판매 금지 법안이 지난 20일 발의되면서, 화장품업계의 오랜 관행인 '샘플 마케팅'에도 상당 부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샘플은 정품 구입을 유도하기 위한 판촉 도구이므로 유료로 판매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샘플을 통한 입소문 효과를 노리는 화장품제조사와 대리점 영업수지를 맞추려는 점주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암암리에 판매돼왔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팔리는 샘플의 대부분은 대리점을 통해 흘러나온다는 게 화장품업체들의 설명이다. 화장품 제조사들은 "유통단계로 넘어간 화장품에 대해 제조사가 제재할 방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방문판매 조직을 갖춘 화장품업체들은 판매 실적에 따라 대리점이나 방문판매원들에게 샘플 수량을 차등 지급한다. 샘플이 판촉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156,600원 ▼400 -0.25%)설화수나,LG생활건강(269,000원 ▲1,000 +0.37%)오휘 등 고가 브랜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샘플 마케팅이 기여했다. '샘플도 없어서 못 파는 화장품'이라는 입소문 효과 때문에 샘플 판매를 묵인해온 면이 있다"고 밝혔다.

화장품 샘플이나 비매품은 제조일자 및 유통기한을 표시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피해사례가 반복돼왔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샘플은 판매용 정식 제품이 아니라 사용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제조사의 보상책임이 없다.

법안이 실제로 통과돼 샘플 판매가 금지되면 샘플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다 싼 가격에 비싼 종류의 화장품을 체험하려는 소비자의 욕구는 억눌려진다. 인터넷 샘플화장품 전문숍도 폐업을 하거나 판매 품목을 바꾸는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 전문 쇼핑몰이 순식간에 불법 사이트가 되는 모양새다.

평소 샘플 화장품을 자주 구매한다는 직장인 김현미씨(인천 구월동)는 "소비자 수요에 맞춰 소 용량 제품을 선보이거나, 차라리 정식 상품화시켜 피해발생 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근본 해결책 아니냐"며 "법으로 금지하면 음성적으로 판매돼 피해를 더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비자는 또 "이도저도 어렵다면 차라리 담배처럼 샘플 화장품도 부작용 가능성 및 피해보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공지를 의무화시켜 구매 여부를 선택할 권리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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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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