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환헤지 규제 우려 '첩첩산중'

해외펀드 환헤지 규제 우려 '첩첩산중'

김태은 기자
2009.10.12 14:39

운용업계, 선물환 매도액 한도ㆍ통화 헤지 직접규제 걱정

정부가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으로 자산운용사의 선물환 매도 공시 의무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외펀드 운용 규모가 큰 운용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선물환 매도 공시는 해외펀드의 환헤지 포지션을 시장에 노출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운용 자체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12일 환헤지에 대한 사전 감독에 그치지 않고 선물환 매도 규모 제한이나 달러 외 통화 헤지 등의 직접적인 규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이 경우 해외펀드 운용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왜 우리한테 화풀이냐"

운용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환율 급등의 주범으로 지목된 데 이어 최근 운용사들의 선물환 매도가 최근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정부의 판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넘나들며 급등세를 보였을 당시 운용사들이 해외 펀드의 오버헤지(선물환 매도 과다)를 해소하기 위해 달러를 매수하는 것이 환율의 급등세를 초래한 것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투신권 달러 수요를 현물환시장이 아닌 장외 시장에서 마(MAR, 시장평균환율)로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도록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운용사들은 해외 자산에 대해 환헤지 포지션을 취하고 있고 해외 자산가치의 변동에 따라 포지션 규모를 조정하는 다이내믹 헤지를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주식을 100달러 어치 보유하고 있다가 주가가 올라 120달러가 되면 늘어난 20달러에 대해 추가로 헤지 포지션을 늘린다. 이 경우 외화 현물 수요와 함께 환헤지를 위한 선물 매도 수요가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압력으로 작용한다. 즉 올 들어 해외 증시가 반등하면서 운용사들의 환헤지 포지션이 늘어났고 이들의 선물환 매도가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인 셈이다.

그러나 운용사들은 최근 다이내믹 헤지 수요가 많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해외 증시의 상승에 따라 자산가치가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펀드 환매로 인해 설정액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순자산 총액 자체는 별로 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해외펀드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중국펀드의 경우 상반기 급격하게 상승한 이후 하반기 들어 조정을 거쳤기 때문에 증시 상승폭 자체도 선물환 매도를 급증시킬 만큼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환율 하락은 외국인 자금 유입이 크게 늘면서 촉발된 것이지, 국내에서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투신권의 영향은 크지 않았음에도 정부가 화살을 운용업계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추가 규제대책 나올까 긴장

운용업계는 선물환 매도 공시를 통한 포지션 노출로 그치지 않고 직접적인 규제가 이뤄질 지 고심중이다.

한 자산운용사 해외펀드 운용담당자는 "선물환 매도를 할 때마다 공시를 하면 그만이지만 정부가 운용업계의 해외펀드 환헤지에 대한 규제 의지를 나타낸 만큼 공시 의무로 규제가 그치겠느냐"고 반문했디.

실제 정부는 자산운용사의 해외펀드 환헤지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 왔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달 24일 '한국자산운용대표회의2009'의 개막 연설에서 "해외 주식에 대해 굳이 100% 환헤지를 할 필요가 없는데 한국 자산운용업계는 적절한 자문을 제공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과도한 환헤지가 거시경제 관리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 차관은 "환헤지 상품과 환헤지하지 않은 상품을 같이 팔아야 하고 환헤지 비용도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해 운용사 환헤지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미 일각에서는 정부가 선물환 매도 한도액 설정을 검토하고 있고, 달러화 외 다른 통화로 헤지를 하도록 하는 방안 또한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되고 있다.

업계는 그동안 해외펀드에 대해 환헤지형 상품으로 일관했던 데서 탈피해 환노출형 펀드를 함께 출시해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원화 강세 시점에서 정부의 추가 규제가 가져올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형 운용사의 해외펀드 매니저는 "기본적으로 해외펀드 환헤지를 위해서는 주가 변동에 따라 수시로 달러 매매가 이뤄지는 데 선물환 매매 한도액을 설정한다면 운용에 커다란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임원은 "현재 달러화로만 환헤지가 이뤄지고 있는데 달러화 외에 위안화와 루블화 등으로 헤지가 거의 불가능하고 가능하더라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투자자에게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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