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기획]토종, 명품과 맞짱/ 설화수·로만손의 승전보
몇년 전 시에나 밀러가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쇼핑백으로 얼굴을 가리고 파파라치에게 찍힌 사진은 국내에서 ‘합성사진이 아니냐’는 의혹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됐었다.
사실 시에나밀러 쇼핑백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그녀가 '60 Thompson' 호텔에 머물렀을 때 컨시어지에서 이름난 스파라고 추천 받아 소호의 뷰티갤러리&스파에 들러 케어를 받고 제품까지 구입해서 돌아가던 길에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딱 걸린 것이다.

할리우드 패션아이콘인 시에나 밀러가 찾았던 스파는 바로아모레퍼시픽(140,400원 ▼4,000 -2.77%)스파로 힐러리 더프, 우마서먼, 니콜 키드먼과 같은 세계적인 톱스타들이 즐겨 찾는 뷰티시크릿으로 통한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에 이름을 알리기 전부터 이미 해외에서 명품브랜드로 명성을 날린 것이다. 기존의 인지도 높은 뷰티 브랜드에 식상해져 좀 더 건강하고 근본적인 방법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한 뉴욕커들을 아모레퍼시픽이 사로잡은 것.
아모레퍼시픽은 매년 꾸준히 2배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해외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올 초 미국의 경제 불황으로 백화점 매출이 약 30% 가까이 감소했을 때도 아모레퍼시픽은 성장세를 기록했었다.
◆샤넬 떠난 명당자리 챙긴 토종 화장품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고급 화장품시장은 수입 브랜드가 대세였다. 그러나 제품력과 기술력, 국제적 감각으로 무장한 국내 토종 브랜드들이 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한국을 넘어 글로벌시장을 넘보는 토종 명품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수입브랜드가 주류를 이루는 백화점 화장품코너에서 국내 토종 브랜드인 설화수와 헤라가 명실상부한 화장품분야 최고 브랜드로 등극한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국내외 명품 화장품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롯데백화점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 1~9월 매출을 집계한 결과 1위는 설화수와 헤라가 차지했다.
2위는 SK2, 3위는 키엘스가 기록했으며 에스티로더, 크리스찬디올, 랑콤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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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매출 부진을 이유로 롯데백화점 7개점에서 퇴출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샤넬이 떠난 명당자리를 설화수가 차지한 게 결정적이었다. 샤넬은 2008년 롯데백화점 화장품 매출 7위로 브랜드 명성에 걸맞지 않는 설욕을 당하고 퇴출이라는 고배를 맞봐야 했다.
롯데백화점 화장품담당 허웅 CMD는 “브랜드의 매장 위치는 1번에 두번하는 정기 매장개편(MD)때 결정되는데, 브랜드간 형평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매출 및 평당 효율, 서비스 등 다양한 항목들을 바탕으로 평가한다”며 “국내ㆍ해외 브랜드 구분 없이 평가해 매출 우수 브랜드에게 우선적으로 좋은 위치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설화수와 헤라가 노른자위 위치에 매장을 자리 잡은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믿음
설화수는 1997년 출시된 프리미엄 한방화장품으로 연 매출 5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면서 최근 몇년간 국내 매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국내 토종 브랜드다.
설화수의 대표 효자상품인 ‘윤조에센스’는 지난 2008년 한해 동안 약 160만개가 팔려 1분당 3개씩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등극했다.
또한 22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2000년 출시 이후 2008년까지 약 300만개 이상 판매된 ‘자음생크림’은 해외에서도 품질력을 인정받고 있다.
설화수는 지난 2004년 9월 아시아시장의 창인 홍콩을 기점으로 글로벌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홍콩 상류층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70%가 넘는 재구매율을 자랑하며 홍콩 상류층 여성들과 중국 본토 관광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국내 설화수스파 1호점에 이어 홍콩스파 2호점을 오픈했고 2010년에는 미국과 중국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설화수의 가장 큰 성공요소는 단연 제품력. 40여년 전 한방화장품이라는 개념조차 낯설었던 그 시절부터 지켜온 식물성 성분과 인삼에 대한 연구가 지금의 설화수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화장품 연구소에는 한방화장품 연구팀 13명, 피부과학 연구소 내 한방과학 연구팀 13명 등 총 26명의 연구원이 한방화장품을 전담연구하고 있다. 오는 2011년 3월까지 5년간 20억원 이상을 투입, 한방 이론 및 원료를 이용해 피부미용과 건강부분의 연구 및 제품개발을 목적으로 공동연구를 수행중이다.
◆시계의 본고장 스위스가 인정한 로만손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토종 시계 브랜드 로만손은 시계 본고장인 스위스는 물론 중동, 터키, 러시아 등 주요 수출국에서 최고급 명품 브랜드로 분류된다.
로만손의 성공비결로는 시계의 발상지로 알려진 스위스의 도시 로만시온에서 따온 ‘로만손(ROMANSON)’이라는 브랜드 네임부터 꼽을 수 있다.
로만손은 1988년 창업 이후 1990년부터 자사 브랜드로 수출을 시작했다. 각국의 시장특성에 맞는 제품개발과 함께 두바이, 이스탄불, 모스크바 등 주변 국가로의 시장 확대와 정보수집이 용이한 지역을 집중 공략하는 월드 와이드 마케팅을 통해 현재 세계 70여개국에 연간 2500만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순수 토종 브랜드로 세계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각국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한 차별화된 디자인 경쟁력이 주효했다.
중동지역에는 화려한 색상의 제품을, 러시아시장에는 로즈골드 도금제품과 케이스가 큰 빅 사이즈 제품을 선보이는 등 지속적인 시장조사를 통한 현지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신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또 세계 각국에 1개국 1바이어로만 대리점을 한정하는 등 불필요한 가격경쟁을 제한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스위스 바젤 시계보석전시회에 국내 브랜드로는 최초로,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세이코와 시티즌에 이어 세번째로 명품관에 초청받아 입점해 까르띠에, 롤렉스 등 해외 명품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일본의 세이코, 오리엔트가 러시아의 유명 연예인을 활용한 스타 마케팅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만손의 여성용 팔찌시계인 ‘지젤’의 인기를 꺾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애국심이 강한 터키에서는 로만손 시계가 국민 브랜드로 인식될 정도로 해외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키워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