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기획]토종, 명품과 맞짱/ 해외펀드의 굴욕
주진영(가명ㆍ 여ㆍ29세) 씨는 약 2년 전에 가입한 펀드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주식 직접투자에는 관심이 없고 재테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없는 주씨가 유일한 재테크 수단으로 선택한 펀드의 대부분이 10~30%의 손실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브릭스펀드와 차이나러시아펀드 등 두개의 해외펀드는 각각 30%와 20% 손실이다. 그나마 두개의 국내펀드 중 하나는 20%의 수익을 올리고 있고 또 하나는 손실이 10% 수준에 그쳤다.
더욱이 내년부터 해외펀드 비과세혜택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두개의 해외펀드는 주씨에게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더 이상 투자하기도 싫고 손실을 본 상황에서 환매하기도 힘든 계륵이 된 셈이다.
결국 주씨는 두개의 해외펀드를 모두 환매하고 국내펀드로 갈아타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해외펀드 분노의 환매

주씨만의 경우가 아니다. 최근 많은 투자자들이 서둘러 해외펀드 환매에 나서고 있다. 속칭 '분노의 환매'라 할 만하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 설정된 해외주식형펀드에 주어지던 비과세 혜택이 내년부터 사라지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13일에도 해외주식형펀드에서 506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해외주식형펀드 통계작성 이래 최장 기간인 23거래일 연속 환매랠리가 이어진 것이다.
김혜준 대우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원금을 어느 정도 만회한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현 시점에서 더 큰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판단으로 환매에 나서고 있다"며 "특히 내년부터 비과세혜택이 없어지기 때문에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은 더이상 해외펀드를 보유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세재개편안에 대한 오해는 없어야 한다. 내년에 해외 주식형펀드를 환매해 원금보다 이득을 보게 된다면 이익에 대해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된다. 하지만 올해 말 원금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내년 중 원금을 회복할 때까지 비과세혜택이 계속 적용된다.
김휘곤 삼성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세재개편안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기존 투자자에게 어느 정도 시간여유가 생겼으므로 손실을 본 해외펀드를 무조건 환매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세후 수익률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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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해외펀드에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만으로도 국내펀드에 비해 해외펀드의 투자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세후 수익률을 감안한다면 해외펀드는 국내펀드보다 15%가량의 수익을 더 올려야 투자가치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올해 국내펀드와 해외펀드의 수익률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주식펀드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월9일 기준 국내주식형펀드의 연초이후 수익률은 45.3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펀드의 연초이후 수익률은 48.96%로 국내주식형펀드보다 2.57%포인트 높았다.
반면 최근 1년 수익률은 국내주식형펀드가 29.49%, 해외주식형펀드가 27.75%로 국내펀드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품별로는 '대신GIANT현대차그룹증권상장지수형투자신탁'이 120.68%의 연초이후 수익률을 기록해, 국내펀드 중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해외주식형펀드 중에선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C-2'가 123.96%로, 연초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평균수익률과 상품별 수익률 등 단순 수치상의 비교만으로도 투자자들이 해외펀드 투자에 큰 기대를 걸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김휘곤 애널리스트는 "세후 수익률 차원에서 해외펀드가 국내펀드보다 손해인 것은 사실이다"며 "내년부터 국내펀드 대비 해외펀드의 상승탄력이 얼마나 클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내펀드로 갈아타야 할까
비슷한 수익률에 세금까지 감안한다면 해외펀드를 국내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대안으로 여겨질 수 있다. 펀드전문가들도 기본적으로 국내펀드 투자에 높은 비중을 두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세금문제만으로 해외펀드의 투자가치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펀드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해야 하는 만큼, 효율적인 리밸런싱전략을 위해선 일정부분 해외펀드를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권정현 신한금융투자 펀드애널리스트는 "세금만 따진다면 투자자들이 해외펀드를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금부과 유예기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모든 해외펀드가 아니라 투자처가 겹치는 펀드에 대해서만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휘곤 애널리스트 역시 "분노와 절망의 환매보다는 리밸런싱을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기존 해외펀드의 비중이 너무 높은 경우에만 일정 부분 환매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김혜준 애널리스트도 포트폴리오 구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체 포트폴리오 중 국내펀드의 비중을 67% 잡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 해외펀드와 대안투자로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와 해외를 구분한 분산투자가 필수"라며 "해외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투자매력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안투자로 원자재와 글로벌리츠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며 "해외펀드를 모두 제외한다면 위험에 대비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