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건당, 증권사별 인수규모 1년새 150억원 감소
더벨|이 기사는 02월01일(07:01)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산업개발은 오는 8일 발행 예정인 2000억원의 회사채를 준비하면서 여간 당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증권사들의 인수 경쟁이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무려 20곳이 넘는 증권사가 신청한 물량은 4000억원에 달했다. 다만 몇백억원이라도 인수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가능한 모든 연줄을 동원해 회유를 시도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고민에 빠졌다. 누구 말은 들어주고 누구 말은 외면할 수 없었다. 인수 경쟁이 지나치게 뜨거워 명확한 기준 없이 주관사를 선정했다가는 뒷일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결국 지난달 14일 주관사 선정기준을 금리입찰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통보했다. 증권사들은 '약속을 어겼다. 신뢰가 무너졌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최종 인수사에 16개 증권사가 선정됐다. 키움증권과 신영증권을 제외하고 14개 증권사가 각각 100억원씩 인수한다. 마치 우는 아이 달래듯 골고루 나눠준 격이다.
◇ 국내 증권사 "회사채 주선 인수 강화" 이구동성
회사채 주선·인수 경쟁이 예년에 없이 뜨겁다. 우량기업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어김없이 증권사들이 벌떼처럼 몰린다. 서로 더 많이 인수하려는 증권사들의 경쟁은 자칫 도를 넘기도 한다.
경쟁에는 대형사와 중소형사가 따로 없다. 삼성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은 올해 새로 주목받고 있는 대형사다. 하나대투의 경우 지난 26일 3000억원 규모 신세계 회사채 발행을 대표주관하면서 12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하나대투증권은 해외채권 발행 주선을 담당하던 DCM실에 원화채 주선 및 인수 업무도 추가하고 인력을 보강했다.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도 DCM부문 실적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DCM 부문 강화를 올해 IB부문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로 세웠다. 동부증권, 신한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IB 강화를 선언하며 DCM 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연초부터 인수 경쟁이 시작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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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한국스탠다드차터드증권, NH투자증권, 부국증권, LIG투자증권, 한양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도 뒤질 세라 공격적인 인수에 나서고 있다. 그로 인해 회사채 건당 증권사별 인수 규모가 100억원대로 떨어지고 인수단의 숫자가 두자리수에 달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형 A증권사 담당자는 "증권사간 인수 경쟁이 이정도 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며 "특히 현대산업개발 회사채 인수전은 그 양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인수 경쟁 격화는 회사채 1건 발행시 증권사 1곳이 인수하는 채권의 규모에서도 잘 나타난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08년에는 372억9000만원이었지만 2009년에는 235억4000만원으로 무려 140억원 가량 감소했다. 올해 1월에는 196억3000만원으로 줄었다.
◇ "리그테이블에 이름 올리자"...DCM은 IB의 시작
사실DCM부문은 IB 사업부 내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5.50% 금리에 채권을 인수해 5.60%에 채권을 판매하는 '수수료 녹이기'가 만연해 있고영업 비용 등을 감안하면 인건비 정도 건지는 무수익 사업에 가깝다.
그럼에도 DCM 부문을 놓을 수 없는 것은 트랙레코드와 실적 순위 경쟁 때문이다. 자본시장의 성적표와 같은 리그테이블(League Table)의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내세울 게 있는 IB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특히 DCM은 해외 IB들의 시장 지배가 거의 없고 진입 장벽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국내 증권사의 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대형 B증권사 DCM담당자는 "다분히 리그테이블을 의식해 증권사들이 인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며 "인력은 보강됐고 회사의 방침이 정해진 이상 수익성보다는 실적 중심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나 리그테이블은 표면적인 이유다. 불씨를 제공면은 있지만 전적인 이유는 아니다. IB부문에서 DCM이 가지는 역할과 특성 때문이다. 채권발행은 기업 재무활동의 가장 기본이자 근간이다.
DCM은 ECM과 M&A로 이어지는 IB 업무의 파급경로의 시작에 있다. IB가 국내 시장에서도 제대로 자리 잡을 경우 기업과 IB간의 평소 유대 관계 강화, 곧 영업의 중요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DCM은 평상시 관리 수단인 셈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의 경우 탄탄한 DCM을 기반으로 금융위기를 계기로 IB로 도약하는 전형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DCM 경쟁 격화를 무조건 부정적인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다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문제다. 경쟁이 지나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 말이다. C증권사 DCM팀장은 "남는 것 없는 장사를 하는 게 IB인지 고민스럽다"며 "경쟁이 심해지면서 시장금리가 왜곡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