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1년, 혼합자산펀드 왜 없을까

자통법 1년, 혼합자산펀드 왜 없을까

김진형 기자
2010.02.09 08:41

[자본시장법 1년 기획 3-④]투자대상 명기 원칙 모호

미국 하버드대학의 기부금을 관리하는 '하버드 매니지먼트 컴퍼니(HMC)'는 금융위기가 진행 중이던 2009 회계연도에 27.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5년간 평균 수익률은 6.2%, 10년 8.9%, 20년은 11.7%로 벤치마크를 상회하고 있다.

HMC의 이같은 수익률이 하버드의 막강한 인맥과 뛰어난 인재들 덕분만은 아니다. 시장 상황에 맞는 자유로운 자산배분 전략도 우수한 수익률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주식, 채권, 헤지펀드, 부동산, 대안투자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면서 어떠한 시장 환경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운용한다.

우리 나라도 이런 펀드를 만들 수 있다.

자본시장법 제229조에는 집합투자기구(펀드)의 종류를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증권펀드, 부동산펀드, 특별자산펀드, 혼합자산펀드, 단기금융펀드 등이다.

이중 증권, 부동산, 특별자산은 각각의 자산에 50% 이상을 증권, 부동산, 특별자산에 투자토록 돼 있지만 혼합자산집합투자기구는 이 제한을 받지 않는다. 즉 증권, 부동산, 특별자산 등 다양한 자산에 원하는 비중만큼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산운용법이 만들어지면서 새롭게 도입된 개념이다.

하지만 법 시행 1년이 됐지만 혼합자산펀드는 아직까지 하나도 출시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그 이유로 법과 시행령의 충돌을 지적하고 있다. 법시행령 제94조와 215조의 펀드는 '주된 투자 대상자산을 따로 기재해야 한다'고 규정 때문이다. 주식, ELS, 탄소배출권, 국공채 등의 구체적 투자 대상을 명시토록 한 것. 하지만 혼합자산펀드는 자유롭게 투자대상을 넘나 들어야 하기 때문에 투자 대상을 확정할 수 없고 이 시행령 때문에 펀드 출시를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령은 잘 만들어 놓고 시행령에서 막힌 사례 중 하나"라며 "시행령을 고쳐 혼합자산펀드 출시의 길을 터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법령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업계에서 오해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개발해서 가져오면 승인을 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아직 혼합자산펀드를 가져온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제출되면 검토해 봐야겠지만 투자자 보호나 보완할 부분이 없다면 법령이 우선하기 때문에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혼합자산펀드를 적극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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