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금융통화위원회 후 이어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통화정책 발언을 호재로 받아들였다. 이 총재의 멘트는 과거와 달리 상당히 완화된 기조를 보였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도 상당부분 후퇴할 것이란 관측에 더욱 힘을 싣게 하면서 채권 금리를 끌어내렸다.
11일 장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5%포인트 내린(가격 상승) 4.22%,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에 비해 0.05%포인트 하락한 4.78%에 체결됐다.
채권시장은 금통위를 앞두고 관망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기준금리(2.00%) 동결 발표 후 소폭 강세를 타진했다.
시장의 관심을 모은 이 총재의 통화정책 언급은 상당히 무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지난달 금통위에부터 기획재정부 차관을 참석시키는 '열석발원권'을 행사한 점이 한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경기는 완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고 1월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후 더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며 경제와 물가 측면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다.
또 유럽의 국가채무 문제도 국내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지켜봐야 하며 이미 알고 있던 문제라 크게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와 시중금리 간 큰 격차 문제도 언급했지만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지급준비율이나 재할인율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통화정책 수단 중 하나지만 우리나라는 정책금리를 중심으로 한 통화정책을 펴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전체적인 경제상황을 '스케치'하듯 묘사했다. 특정 부분에 힘을 주거나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에 신호를 보낸 과거와 달랐다. 금리 인상을 원치 않는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 판단이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열석발언권으로 한은의 색깔이 바뀌기 시작했고 정부와의 정책 조율로 방향을 바꾼 듯 하다"며 "한은 총재가 다음 달 임기 만료되기 때문에 사실상 마지막 금통위였고, 새 총재 선임 후 금통위원 선정 등 행정적 절차를 진행하면 당분간 금리 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새 총재 부임 후 오는 6월 경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