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주간 최대 순매수.."증시 급락 리스크 적다 판단"
연기금이 달라졌다. 증시가 급락할 때 들어와 안전판 역할을 하면서 주식을 쓸어 담던 과거와 달리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연기금의 시각이 바뀐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연기금은 25일 코스피시장에서 2867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115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코스피시장에서는 6일째, 코스닥시장에서는 3일째 순매수다. 특히 이날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의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 25일 이후 최대였다. 지난달 25일은 코스피지수가 1532.68까지 떨어지며 연저점을 기록했던 날이다.
이번주 주간 코스피시장 순매수 규모도 6743억원에 달해 금융위기가 터졌던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연기금은 금융위기 때나 지난달 25일처럼 시장이 크게 조정받는 시기에 주로 주식을 매수해 왔다. 하지만 1700선 위에 있는 최근 연일 큰 규모로 주식을 사들이면서 연기금의 의도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의 하반기 전망을 밝게 보기 시작한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어짜피 올해 집행해야할 자금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시장이 여기서 크게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 지금 매수하자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마켓(시장)에 대한 연기금의 생각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10~20% 빠질 리스크가 있느냐 예상했을 때 그럴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 세계 정부의 입장이 더이상 금융의 문제가 실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차단하는데 맞춰져 있다"며 "그러면 주가는 쉽게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투자자문사 고위 관계자는 "최근에 연기금이 아웃소싱(위탁운용) 자금을 집행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어짜피 올해 사야 될 물량이 있는데 여기서 조정을 받지 않고 바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예정된 자금을 감안하면 추가로 주식을 매수해야 할 자금이 많다"며 "하반기 더블딥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지금 매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 팀장은 "최근 국내 증시가 해외 증시와 디커플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수급적 요인 때문"이라며 "해외 증시가 추가 하락하지 않고 횡보 패턴으로 바뀐다면 하반기 국내 증시는 수급적 요인에 의해 차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