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펀드 100조 붕괴, 44조는 어디로 갔나

주식펀드 100조 붕괴, 44조는 어디로 갔나

김성호,박성희,엄성원,기성훈 기자
2011.02.01 13:26

(종합)3년2개월만에 설정액 최저…"자금 잇따라 이탈, 랩·공모주 등으로 이동"

2007년 11월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던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금융위기이후 계속되는 환매로 3년2개월 만에 10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코스피가 2100선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증시상승으로 차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돈을 빼가고 있다.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대기성 부동자금으로 시장 주변을 떠도는 돈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관측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증권사 랩어카운트 상품으로 옮겨가거나 공모주 투자자금으로도 활용되면서 뭉칫돈들이 이러저리 옮겨 다니고 있다.

따라서 강세장이 지속되고, 랩과 같은 경쟁상품이 선전할 경우 당분간 펀드에서의 자금이탈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3년 2개월 만에 100조 이탈…차익매물 속출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주식형펀드(국내+해외) 설정액은 99조9373억원으로 100조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10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7년 11월8일 이후 3년 2개월만이다.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2007년 11월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2008년 8월 144조3444억원을 정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내리막을 걸어왔다.

자금 이탈은 특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더욱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코스피가 2100선을 넘나들던 지난 1월 국내주식형에선 2조2000억원(상장지수펀드 제외, 28일 기준)가량의 자금이 쓸려나갔다. 해외주식형 역시 20일 연속 자금이탈이 발생하며 7600억원 가량이 빠져 나갔다.

김태훈 삼성증권 펀드 연구원은 "최근의 펀드 환매는 2007~2008년 급증한 투자형 자산의 비중이 급증된 것을 해소하는 과정"이라며 "여기에 3년 이상 투자된 적립식펀드 계좌 만기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한 것도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증권사 랩 상품의 후폭풍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현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내주식형의 경우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랩과 같은 새로운 투자처가 생겼다"며 "랩 시장은 올해에도 꾸준한 성장을 할 것으로 보여 주식형펀드 자금들을 빠르게 흡수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판매수수료 운용보수 6000억 이상 증발

주식형펀드에서의 자금이탈은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나 이를 판매하는 판매사에 적잖은 타격을 주고 있다.

주식형펀드 평균 운용보수가 0.74%(2010년 11월말 기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 2008년 8월 11일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144조원을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자산운용사 전체적으로 연간 2087억원 이상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운용사별로 살펴보면 업계 1위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무려 23조7621억원이 감소했으며, 슈로더투신운용에서도 5조3083억원이 빠져나갔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에선 각각 2조947억원과 3232억원이 감소했다.

판매사들의 판매 잔고 역시 지난 2008년 8월말 140조1661억원에서 지난해 말 96조7562억원으로, 40조4099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에서 29조5967억원이, 증권사에선 13조7647억원이 각각 빠져나갔다. 보험권에서도 3835억원이 사라졌다.

판매사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주식형펀드 판매액이 9조4333억원 감소했으며, 미래에셋증권에선 5조8833억원이 빠져나갔다. 신한은행에선 4조9923억원이, 우리은행에선 2조7488억원이 각각 이탈했고 하나은행의 설정액은 2조4289억원 줄어들었다.

이처럼 주식형펀드 판매액이 40조원 넘게 감소하면서 판매사의 수수료 수입도 큰 폭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주식형펀드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1.013%로 계산하면 판매사 전체적으로 연간 약 4100억원 가량의 손해를 본 셈이다.

◇이탈자금 랩, 공모주 등으로 유입…"당분간 환매지속"

주식형펀드에서 연일 자금이 유출되면서 이탈자금이 어디로 유입되는지도 관심거리다.

자금동향을 살펴보면 이탈한 펀드 자금은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증권사 랩이나 공모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현재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은 35조9984억원으로 2008년 8월(10조7834억원)보다 무려 3배 이상 폭증했다. 계약건수(74만3319건)와 고객수(66만8111건)도 두 배 넘게 늘었다.

공모주 역시 지난 달 마감한 나노신소재 일반 공모 청약에는 2조356억원의 자금이 몰린데 이어 블루콤 청약에 2조926억원, 제이엔케이는 1조6900억원의 청약 자금이 몰리며 뜨거운 열기를 뿜었다.

단기상품에도 자금이 쏠리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펀드 투자자들이 단기 상품에 돈을 묻고 있는 것. CMA의 경우 지난 해 말 43조9545억원으로 3년래 최고치를 찍은 이후 1월 말 43조5008억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양은희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는 물론 국내증시도 회복세를 보이는 등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빠르게 회복해 나가고 있다"며 "그러나 주식형펀드에서의 환매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정은 푸르덴셜투자증권 펀드 연구원은 "주식형펀드에서의 자금 이탈은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차원이며 환매 매물 규모는 상당부분 소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연기금과 자문형 랩 등 국내 수급 환경 개선이 기대되는 만큼 국내 주식형펀드를 차익실현 목적으로 환매하기 보단 투자기간을 늘려 수익을 높이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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