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반값'등록금에 화들짝...나는 속물(!)

[광화문]'반값'등록금에 화들짝...나는 속물(!)

박영암 사회부장
2011.06.17 07:00

저녁 7시가 되면 사무실 건너편 청계광장에는 어김없이 200명 안팎의 남녀 대학생이 모여든다. 보름 넘게 이어온 반값등록금 실행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촛불집회다.

80년대 중반 장학금과 과외로 힘겨운 대학생활을 보냈기에 이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책값 하숙비 용돈 등을 포함하면 월평균 100만원 이상 부담해야 하는 학부모들의 고통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마음 한 편에서는 '다 큰 남의 집 대학생 학비까지 걱정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가족들과 외식 한번 제대로 못하는 박봉의 월급쟁이에게 반값등록금은 '얼마나 더 세금을 내야 하나'라는 걱정거리로 다가온다. 대의보다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속물(!) 근성에 스스로를 책하기도 하지만 세금부담을 완전히 털쳐버리기 힘들다.

돈도 돈이지만 반값등록금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도 시빗거리다. 고등학교가 의무교육이 아닌 상황에서 연간 7조원을 지원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부족하다.

대학은 여전히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는 사회로 비쳐진다. 연간 1000만원을 기꺼이 지급하고 대학에 가는 것은 그만한 반대급부가 있어서다. 고임금 직장, 훌륭한 배우자, 다양한 네트워크라는 이해관계를 위해 자발적으로 거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공짜로 점심을 먹으라"고 부추기는 것은 진학이면에 작용하는 시장경제 논리를 부정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세계 최고 대학진학률(79%)에도 고교교육에 머무는 21%에게 대학등록금을 부담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행위인지도 논란거리다. 초·중학교만 마쳐 번듯한 직장을 갖지 못한 이들에게 반값등록금을 위해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 정의인가. '1표'를 행사하는 대학생만 염두에 둔 정치권의 정책결정이 사회적 약자를 더욱 곤경에 처하게 할 수 있다.

반값등록금 논쟁에서 정부 재정만으로는 분출하는 복지수요를 무한정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복지재원은 현세대(세금)와 미래세대(국채)의 지갑에서 나오기에 정부의 복지지출여력은 한계가 명확하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복지지출을 위해 미래세대에 어느 정도까지 빚을 떠넘겨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없는 상태다.

부유층의 기부를 활성화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거액의 자산을 재단에 기부,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많이 나오게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장학재단 등에 주식을 출연하는 것을 '변칙상속'이라는 색안경으로 볼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발적 기부를 늘리도록 세제편의 제공 등의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위기 이후 재정위기에 빠진 영국 프랑스 등 유럽국가가 부유층의 기부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유지하는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기여입학금'도 이런 맥락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과거 잣대인 '부의 대물림'이란 부정적 관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다. 다수의 저소득층 학생에게 장학금이 지급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에 주목할 때다.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한평생 번 돈을 대학에 기부하고 이들 자녀의 입학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일 때 '반값등록금' '무상의료'라는 포퓰리즘은 힘을 잃을 것이다.

최근 복지논쟁과 관련, 윤증현 장관이 기획재정부를 떠나면서 한 인사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 장관은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무상'이라는 주술에 맞서다가 사방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고립을 두려워해선 안된다"고 주문했다. 그리스가 사실상 부도났다는 소식에 윤 장관의 고언이 더욱 무게 있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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