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동행/유통업계, 동반성장의 현장을 가다-16]이마트-청해명가

건수산물 유통업체 청해명가 이무룡 대표가 회사를 세운 것은 1998년, 그의 나이 스물일곱 살 때였다. 미국 테네시 주립대학 광고학과를 막 졸업한 그는 화려함을 쫓는 대신, 건수산물 유통이라는 3대째 내려온 가업을 잇는 것을 택했다.
쉽게 말하면 멸치와 오징어 등 건어물 도매상이었다. 남들은 '3D'라고 꺼리고 정체된 농수산업 관련 사업이라고 무시하던 가업이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농수산물 유통시장을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건수산물 유통업체들이 전통 방식을 답습하고 있었고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는 업체도 없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기회라고 봤다.
◇멸치 유통의 혁신…이마트와 만나다=이 대표는 가업을 이었지만 '가업'을 잇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하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지 않았단 얘기다. 이 대표는 "당시 업계 사장님들이 연세도 많다보니 다른 업종에 비해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매상에서 벗어나 번듯한 유통업체를 만들었다. 우선 멸치와 오징어 등을 쌓아놓고 판매하는 '벌크' 판매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최근 핵가족화 트렌드에 맞춰 멸치의 포장단위도 소단위로 바꿨고 진공포장 기술을 도입해 상온에서 보관기간을 10~15일로 늘렸다.
이마트(103,300원 ▼2,600 -2.46%)바이어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이 진공포장이었다. 멸치는 선물용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은데, 배송기간이 길다보니 변질되는 경우가 많아 바이어들에게도 골치였다. 이를 계기로 2003년부터 청해명가의 이마트 납품이 시작됐다.
대박이 터진 것은 2006년이었다. 이마트 건해산팀 바이어는 청해명가에 멸치에 지역 브랜드를 붙여보자는 제안을 했다. '울릉도 오징어' '영광 굴비' 등 다른 수산물의 경우 지역 이름을 딴 브랜드가 있었지만 멸치의 경우엔 없었다는 판단에서다.
평소 "풀무원 두부·콩나물처럼 멸치에도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온 이 사장은 흔쾌히 브랜드 멸치를 만드는 것에 동의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사량도 멸치' 다. 사량도는 경남 통영에 위치한 섬으로 남해안에서도 최고 청정해역이다.
사량도 멸치는 남해안의 풍부한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짜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단백하고 고소해 멸치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치는데, 이전까지는 지역 차별화 브랜드가 없어서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동반성장은 여전히 '진행형'=이렇게 탄생한 사량도 멸치는 2010년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멸치 중 26.4%를 차지하는 대박 상품이 됐다. 사량도 멸치가 이마트 베스트 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2001년도 17억에 불과하던 청해명가의 매출은 2010년 189억으로 10배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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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룡 대표는 "(이마트가) 젊은 사장이 대표로 있는 불확실한 기업인데도 많은 기회를 줬다"며 "청해명가가 가지고 있는 경재력과 이마트의 상품기획력이 합쳐져 좋은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2007년에는 이마트 바이어의 조언으로 기존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던 선별 과정에 위생개념을 도입하고, 생산라인을 자동화한 소분·포장 공장을 새로 지었다. 기존 진공포장 방식에서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질소충전 포장설비를 도입했다.
이 대표는 "이마트 바이어의 요청에 따라 포장관련 전문가들을 만나본 결과, 질소 충전을 도입키로 결정했다"며 "질소충전 방식은 30일 이상 상온보관해도 제품 변질이 없어 일본 수출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멸치의 특성상 포장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멸치가루 미세먼지 등을 골라낼 수 있는 '공중부양 이물질 선별기'도 도입했다. 아래에서 부는 바람을 이용해 미세먼지를 위로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선별기 도입 이후 매출이 15% 이상 성장했다.
◇협력사의 경쟁력이 나의 경쟁력=이마트는 다양한 채널로 청해명가와 같은 우량 중소기업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된 중소기업 초청 박람회를 통해 331개 신규 거래업체를 발굴했다. 또 2007년부터는 품질/위생 관리 능력 향상을 위해 148개사에 대한 품질·위생 관리 컨설팅을 실시하였다.
협력회사 확보는 PL(자체개발상품)의 확대로 이어졌다. 협력회사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고 PL을 출시, 이마트는 마케팅 유통 비용을 줄이고 협력회사는 안정적 거래처를 확보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PL상품 매출만 2조8000억원이 이르렀다.
협력회사들의 수출도 지원하고 있다. 경쟁력이 있는 상품은 가지고 있지만 수출 업무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상품을 한국 이마트가 매입하고, 이를 중국 이마트가 현지에서 수입해 현지 시장에 판매를 하는 구조다.
이 시스템을 통해 이마트는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에 오픈한 차오바오점에 '한국 전문관'을 설치하고 총 7개 품목 1만여개 상품에 대한 판매를 시작했다. 7월초 2차로 국내 지역 특산물인 '안흥찐방''베지밀''대림 어묵' 등 12개 품목 1만5000개 상품이 중국 이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금융지원과 결제개선도 계속되고 있다. 중소기업이 이마트의 발주계약서를 바탕으로 기업은행으로 대출을 받는 '신세계 네트워크론' 이마트 매입내역을 근거로 협력회사에게 운전자금을 지원하는 '미래 채권 담보 대출' 등도 시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