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린 종편 집중분석3-2]설 자리 잃어가는 중소 PP들
케이블과 위성, 인터넷TV(IPTV) 등 TV의 다채널 시대가 열린 이후 중소 채널사업자(PP)들은 다양한 시청자 층과 소통하며 공존해왔다.
'공룡'인 지상파 3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나머지 터전에서 아웅다웅하던 PP들에게 '고래' 수준의 종편 4사의 등장은 재앙처럼 다가오고 있다.
당초 방송통신위원회가 1~2개 채널을 허가해줄 것이란 예상을 깨고 4개 채널이 추가되면서 기존 중소 PP들의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당장 아날로그 채널의 경우 99번까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채널들이 사용 중인 상태지만 의무전송 채널인 종편의 등장으로 누군가는 자리를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중소 PP가 종편에 밀려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방통위는 음악방송용 대역(88㎒~108㎒)과 항공기 이착륙 유도용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해 아날로그 채널을 3개에서 최대 5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방 99칸짜리 집에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면서 기존 세입자를 몰아내려다 반발이 생기자 옥탑과 지하실을 만들고 건축법까지 바꿔가며 칸막이를 늘려 방을 추가한 꼴이다.
그러자 또 다시 문제가 생겼다. 4명의 세입자가 좋은 방을 차지하겠다고 집주인에게 기존의 방주인들을 밀어내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종편 4사는 SO들과의 협상을 통해 지상파를 제외하고 가장 좋은 '황금채널'로 꼽히는 15~19번을 배정받았다. 각 지역별 SO의 상황에 따라 13~20번대로 편차는 있지만 상당한 특혜를 부여받은 셈이다. JTBC의 경우 IPTV와 C&M 등 지역 개별 SO 18개사 중 7개사에서 15번을 부여받았다고 밝혔다. 조선TV의 경우 IPTV와 케이블을 포함, 전국 주요지역에서 19번을 확보했다.
시청자들에게 인기 있고 경쟁력이 높아 이 자리를 차지하던 기존 PP들은 연쇄적으로 뒷 번호대로 이동하게 됐고, 이는 다시 중소 PP들의 연쇄이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가뜩이나 '공룡'과 '고래'에 치이는 중소 PP들이 번호까지 뒤로 밀리면서 악순환이 계속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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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및 보도채널들과 직접 경쟁하게 된 경제채널들은 종편 4사의 등장에 이어 또 하나의 경쟁 채널의 등장을 앞두고 있다.
보도채널을 반납하고 종편채널로 신규 런칭하는 MBN이 새로 경제채널 'MBN머니'(가칭) 개국을 신청하면서 경제채널 PP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MBN머니는 사실상 MBN의 위성채널로 운영하면서 기존 보도채널 MBN의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하려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허가제인 보도채널과 달리 경제채널의 신규진입을 막을 장치는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지상파가 각 장르별 콘텐츠의 재방송으로 PP들의 영역 상당분을 장악하고 있듯, 종편 역시 위성채널들을 넓혀 영역확장과 수익다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
종편 채널들이 조기에 '준(準) 지상파' 수준의 시청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tvN이 현재 위상을 달성하기까지 걸린 시간과 투자금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목표로 보인다.
결국 종편이 시청률 확보에 실패할 경우 위성채널들을 집중적으로 늘려 수익을 확보하려 들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방통위가 종편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온 경과를 감안하면 어렵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와 케이블 거대기업인CJ E&M사이에서 나름의 영역을 확보하고 공존해오던 중소 PP들이 종편 채널의 등장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면서 "광고시장 확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종편들이 생존을 목표로 무차별적 확장을 시도한다면 PP시장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