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1월20일(08:54)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개봉한 영화 중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존 내쉬의 일생을 다룬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는 존 내쉬가 균형이론의 단서를 발견하는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술집에서 금발 미녀를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는 친구들의 모습을 구경하던 존 내쉬. 문득 무한 경쟁이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는다. 친구 중 한 명은 미녀를 차지하겠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다수의 친구들은 그 밤을 우울하게 보내야 한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해 친구들이 금발 미녀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지 않고 각기 자신의 조건에 맞는 데이트 상대를 만난다면 어떨까. 다수의 친구가 짝을 이룬다면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런 에피소드를 계기로 탄생한 것이 내쉬균형(Nash-equilibrium)이다. 인간은 항상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며 경쟁보다는 협동이 인간에게 보다 많은 행복을 안겨 준다는 이 이론은 주어진 조건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선택점을 찾을 때 모두에게 우월한 전략의 쌍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국내 조선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GTT(Gaztransport&Technigaz) 인수전 준비 양상을 보면 이 내쉬균형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GTT 딜의 초점은 '프랑스가 어느 국가에 멤브레인 LNG 화물창 원천기술을 넘기느냐'에 맞춰져 있다. 원천기술 미보유국이었던 나라가 이 기업을 인수하면 전세계를 상대로 그 기술을 독점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큰 딜이다. 때문에 실제 매물의가치와는 상관 없이 매출 1000억~2000억 원짜리의 회사의 거래 규모가 1조5000억 원선에서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이번 거래에 프랑스 기업이 관심을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GTT 매물 출회 당시부터 프랑스 당국은 국부펀드를 통해 인수전에 참여하겠다고 밝히는 등 국부(國富) 유출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 차원에서 이 딜을 적극 지원할 가능성이 큰 만큼 프랑스 기업이 가격적인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게될 전망이다. 매각측도 인수 후 GTT 엔지니어들을 무리 없이 관리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보다는 프랑스에 기술을 남기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100% 지분을 취득하느냐 실패하느냐의 관점으로 베팅에 참여하면 국내 조선사들은 잃는 게 많다는 지적이다. 가격 협상력이 뛰어난 중국과 원천기술 본국인 프랑스 사이에서 한국의 카드는 높은 승률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인수에 성공한다 해도 경쟁을 통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아진 상태였다면 인수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번 인수전에서 국내 조선업계가 실질적인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전 형태로 딜에 참여해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존 내쉬의 친구들처럼 금발미녀(100% 지분)를 얻는 데 몰두하지 말고 우월한 전략을 쌍을 찾아 적정 수준의 효용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봐야 한다.
독자들의 PICK!
프랑스 기업이 GTT를 인수해갈 가능성이 크다면 인수의사를 밝힌 프랑스 기업과 컨소시엄을 맺는 방안을 예로 들 수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라이선스 수수료 절감을 목표로 했다면 100% 지분을 취득하지 않아도 소수지분 투자만으로도 기술료 할인은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 엔지니어링 기술 전수를 원했다면 관련 사항을 컨소시엄 계약 조항에 넣으면 그만이다. 프랑스 기업도 LNG선 수주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조선사들과 협상을 맺는 것을 반길 수 있다. 모 아니면 도식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길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GTT 인수전 참여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단계에서부터 갈등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STX 등 조선 4사가 모두 GTT에의 기술 의존도, 지배구조, 향후 사업전략 등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컨센서스를 만들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최종적으로 더 큰 효용을 누리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