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0주년]정경분리 원칙으로 협상 급물살, 정체빠진 한일 FTA와 차별화
오는 24일 한국과 중국의 수교 20주년을 맞아 양국 간 FTA(자유무역협정)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산적한 외교 현안에도 불구하고 수출 경쟁력 제고 등 실익을 내세워 FTA 협상에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 "한중 FTA가 체결되면 대중국 수출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중국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역시 한국시장 확대라는 경제적 측면과 함께 동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중 FTA 협상은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양국은 이달 22일부터 24일까지 한중 FTA 3차 협상을 갖는다. 지난 5월 양국 통상장관 회담에서 협상 개시를 선언한 후 3개월 만에 벌써 세 차례 협상을 가졌다.
협상 방식도 가시적인 결과를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협상 타결의 걸림돌인 민감품목 보호를 위해 FTA 협상을 두 단계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양국은 1단계에서 상품과 서비스, 투자 등 분야별 협상지침에 합의한 뒤 2단계에서 개별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1단계에서 한국의 농축수산물, 제조업과 중국의 서비스·투자 등 민감 분야 중 개방제외 대상과 단계적 관세인하 대상을 빼놓고 최종 협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한중 FTA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배경에는 양국 관계가 정경분리 원칙을 고수해 온 것과 무관치 않다. 북핵, 탈북자 등 대북 정책은 물론 고구려·발해 역사 왜곡 문제 등 외교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도 FTA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발목이 잡혀 한일 FTA 협상이 시작조차 못하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성신여대 김흥규 교수는 "한중 양국 관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큰 틀에서 정경 분리 원칙을 고수해 왔다는 것"이라며 "한일 관계가 여론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과 달리 상호 간 경제와 정치, 외교 분야를 분리한다는 묵시적 합의가 지켜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FTA 체결로 경제협력이 가속화되면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최고 동맹국인 중국과 경제 공조를 강화할 경우 비핵화는 물론 북한의 개방을 촉진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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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체결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중 FTA 체결에 따른 농축수산업과 제조업 등 민감 분야 피해가 우려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농업분야 피해액이 연간 3조3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미 FTA 피해액 8150억 원의 5배 규모다.
수출 의존도 심화 우려도 나온다. 중국 경제가 침체되면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4.2%에 달했다. 전 세계에서 대만(27.2%)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박 본부장은 "민간 분야의 피해 우려를 감안해 FTA 제외 대상을 미리 정한 뒤 최종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대중 수출 의존도 역시 수출 국가를 다변화하면 피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