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 판치는 '아류작'에 '몸살'

ETF 시장 판치는 '아류작'에 '몸살'

임상연 기자
2012.08.24 06:11

올 16개 상장 7개 추가상장 준비 대부분 아류작..거래부진·자투리 양산 제도개선 시급

출범 10년 만에 아시아 최대 규모로 성장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넘쳐나는 아류작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후발 운용사들이 이미 출시된 상품과 똑같거나 유사한 ETF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이 떨어지고, 거래부진과 자투리펀드 양산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3일 금융당국 및 거래소에 따르면 A운용사는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7개의 신규 ETF에 대한 인허가를 무더기로 취득했다.

이들 ETF는 이달 말 거래소에 동시 상장될 예정이다. 이로써 A운용사가 상장시킨 ETF는 기존 6개에서 13개로 늘어나 펀드 수로는 KB자산운용과 한국투신운용을 제치고 업계 4위에 오르게 됐다.

현재 증시에 상장된 ETF는 총 122개로 아시아 최대 규모다. 가장 많은 ETF를 상장시킨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전체 35%가 넘는 43개에 달한다. 이어 삼성자산운용 27개, 우리자산운용 15개, KB자산운용과 한국투신운용 각 9개로 뒤를 잇고 있다.

문제는 A운용사의 신규 ETF 대부분은 이미 유사상품들이 여럿 상장돼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이번 신규 ETF 중 자동차와 화학 ETF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이미 유사상품들을 상장시킨 상태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5월 화학과 자동차 ETF를 상장시켰다. 불과 3개월여 만에 또 다른 아류작이 나온 것.

아류작 출시는 비단 A운용사뿐만이 아니다. 올 들어 미래에셋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 9개 운용사 16개의 신규 ETF를 상장시켰지만 이중 절반이상은 기존 상품을 약간 변형하거나 이름만 다른 아류작들이다.

이에 해당 운용사들은 신규 ETF가 기존 상품들과 비슷해 보여도 추종지수 등 구조상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A운용사 관계자는 "상품구조상 다른 ETF와 조금씩 다르다"며 "투자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장점도 있어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 주식처럼 ETF를 거래하는 개인들에겐 모두 비슷한 상품으로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TF 시장에 거래부진과 자투리상품이 늘어나는 것도 이처럼 변별력이 떨어지는 아류작들이 계속 출시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실제 전체 ETF중 올 들어 일평균 거래량이 1만주 미만인 상품은 전체 66%인 81개에 달한다. 이중 26개는 일평균 거래량이 1000주가 채 안 된다. 또 일평균 거래대금이 1억원 미만인 ETF도 75개나 된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소규모 ETF도 점점 늘고 있다. 현재 설정액이 100억원을 밑도는 소규모 ETF는 46개로 이중 35개는 출시된 지 1년이 지난 상품들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ETF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해선 운용업계의 창의적인 상품개발 노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해줄 정부당국과 거래소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퇴출기준도 강화해 건전한 시장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운용사 한 상품개발담당자는 "최근 2년 사이 ETF 수가 크게 늘었지만 유사상품들이 넘쳐나면서 시장이 질적 성장은 사실상 정체된 상태"라며 "거래소나 운용사들이 외형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관심을 끌 보다 창의적인 상품개발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소규모 ETF는 대부분은 아류작들로 가격발견 기능이 떨어지고 환금성도 부족해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며 "아류작들이 많아지는 것은 시장측면에서 문제가 많은 만큼 개선책을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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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 미래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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